32조 서울시금고 쟁탈전 막올랐다… 금융계 복수금고 방식 요구
우리은행, 세금고지서 오발송 사건 시금고 선정 최대변수로 부상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졌던 연간 32조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하는 서울시금고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입찰 공고일이 다음 주로 확정됨에 따라 서울시가 시금고 형태를 기존의 단수금고로 유지할지 아니면 복수금고로 변경 전환할지 운영방식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은행이 독점해온 서울시 금고가 복수 금고 방식으로 바뀌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반대로 새로운 참가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어 은행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금고 입찰공고가 금명간 발표되고 금고은행 최종 확정은 오는 5월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서울시 금고지기 입찰공고는 과거 2014년도 금고선정 일정과 비교해 지난 1월 말 선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업계 안팎으로 복수금고제 전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울시가 시금고 입찰공고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외국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제도 운영사례를 비교 연구하고 단수·복수금고 체계의 장단점을 검토했다.
이번 입찰공고의 최대 볼거리는 시금고의 운영형태 전환여부가 될 전망이다. 만약 시금고 선정이 복수금고 체제로 전환된다면 100년 넘게 서울시 금고지기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수성실패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무엇보다 시금고를 복수은행으로 선정함으로써 금고관리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권 여러곳이 파산하는 것을 경험했는데 1000만 서울시의 1년 30조가 넘는 전 재산을 한 곳에만 맡겨 관리하는 것은 안정성에 있어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의 세금고지서 오류 전송 사고도 복수금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세금고지서 오류전송 사건을 우리은행의 잘못으로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안정성이 최우선시 돼야 하는 것이 시금고의 역할인 만큼 복수금고제를 통해 안정성을 더 높일 수 있다면 시민을 위해서도 꼭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광역단체 중 가장 예산규모가 큰 서울시가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단일금고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단수금고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복수금고로 운영되는 시금고는 전산장애 등에 대비해 일반회계(예산)을 다루는 제1금고와 특별회계, 기금을 관리하는 제2금고로 나눠 자금을 관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금까지 서울시 금고를 100년이 넘게 독점적으로 운영했다"며 "이제는 시대가 바뀐 만큼 경쟁을 통해 더 잘하는 은행에 자금 관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수금고 체제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이텍스는 복수금고 체제하에서 1금고와 2금고 은행이 다른 경우 일반회계와 특별회계간 자금이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복수금고로 시금고를 운영하면 일반회계, 특별회계 간 세입, 세출시기가 다를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며 "만약 이때 단수금고로 은행이 같다면 자금의 전용이 수월한데 은행이 서로 다르다면 하나의 장벽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자금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1금고인 일반회계만 운영하게 되는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만 많이 들고 수익은 크지 않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시 관계자는 "일반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에만 선정되면 과거처럼 자금 예치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금고의 기금 같은 경우는 보유 잔고가 많고 관리비용이 작기 때문에 금고 은행이 되려는 경쟁이 몰릴 수 있다"며 "시금고로써 기금, 특별회계를 뺏기고 일반회계만을 운영해 몇 백억 손해를 감수하는 은행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 노조의 입장은 복수금고의 가능성은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경용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청 지부장은 "수요자입장에서는 우리은행의 100년 동안 이어진 단일금고 체제가 익숙하긴 하지만 익숙한 것이 편리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제대로된 평가를 통해 단수금고 뿐만 아니라 복수금고 제도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 시금고로 선정되는 은행은 2019년부터 4년간 서울시의 예산과 기금 관리,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등 금고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 서울시금고는 우리은행이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3년 동안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