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랏돈이 투입되는 재정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재량지출 10%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빠졌다.
단순 목표치를 잡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기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혁신성장 ▲복지·고용안전망 ▲저출산 극복 ▲재정지출 효율화 등 4대 분야에 대한 33개 지출구조 혁신 과제 추진 결과를 예산에 적극 반영한다. 재량지출 구조조정 체계를 양적보다는 질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확정·의결했다.
정부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 건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이 존재해서다. 세입기반 확충 등의 힘입어 향후 세수는 호조세를 보일 전망이나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통상현안, 유가 등 경제변수는 국세수입 증가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도 재정 운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그간 경기진작과 복지수요에 충당하고자 의도적으로 지출(세출)을 크게 잡으면서, 세수(국세수입) 사정이 나아졌음에도 나랏빚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2월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671조5038억원으로, 지난해 말(666조9000억원) 대비 4조6038억원 가량 늘었다.
지침을 보면, 각 부처는 기존 재정사업의 질적 구조조정을 위한 '지출구조 혁신(33개 과제)' 추진 결과를 반영해서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또, 신규 사업 추진이나 기존사업 증액이 필요한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부처의 재량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예산 편성작업에서 '연령별 인구구조 변화'가 반영된다. 처음으로 시행되는 예산 편성지침이다.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구할 때, 특정 연령층 대상 사업에 인구변화 영향을 예산요구서에 담아야 한다.
사업목적이나 재원구조가 유사한 특별회계·기금을 정비하고, 역외세원관리를 강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세입기반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국민들이 예산사업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산 과목구조'도 손질한다.
복지·일자리·교육·안전 등 대분류로 구성되어 있는 부분이 아닌 10년 이상 정리하지 않는 세부사업을 현실과 맞게끔 정비한다는 것이다. 정책적 중요성, 조직 변화 등을 고려해 개편방안을 5월까지 마련, 각 부처는 개편된 과목구조에 따라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국민이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예산제'를 내년 예산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올해 이 예산제도에 따라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지원 등 6개 사업에 총 422억원의 재정이 편성되어 있는 상태다. 올해는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국민들이 체계적으로 예산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체계화하기로 했다.
지역밀착형 보조사업 등 지방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단계적으로 지방에 이양하기로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특별교부금 비중을 4%에서 3%로 줄이고, 보통교부금 배부기준도 간소화한다. 이를 통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안의 내용이 발표된 만큼, 지방재정 배분의 변동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재정분권 결과가 예산 편성작업 전에 나오면, 그 결과를 예산에 반영시키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