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엔 제한적 도움..시장은 일정 변경으로 혼란
당.정.청이 17일 판교신도시 25.7평 이상의 택지 공급을 잠정 유보하고 대안을 강구하기로 함에따라 판교신도시의 개발 방향이 어떻게 바뀔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 대안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여권에서 중대형 평형의 공급물량을 10% 이내로 소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중대형 공급 확대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공급이 확대되면 강남권의 집값 급등 현상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2.17 대책에서 발표한 판교신도시 11월 일괄 분양은 사실상 어려워져 청약자들은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중대형 공급 10% 확대로 가닥잡나 = 청와대측은 판교 중대형평형의 증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당정 실무 대책단을 통해 대안을 강구할 예정이며 모든 대안을 다 검토키로 결정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공급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정부도 이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급 확대쪽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공영개발은 개발계획을 통째로 수정해야하기 때문에 정부가 어렵다는 입장인 점도 중대형 공급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증가 물량은 전체 가구수의 10% 이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10% 이내로 늘리면 환경부와의 사전 환경성 검토 등이 필요하지 않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10% 이상 늘리면 환경관련 시민운동단체와의 합의에 따라 별도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하고 30% 이상 늘리면 환경부 등과 재협의 절차를 밟아야 해 1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
10% 이내로 늘린다면 2개월 안팎이면 개발계획 수정이 가능해 분양 시기는 이르면 내년 초가 될 전망된다.
판교신도시의 총 공급물량은 2만6천804가구로 10%는 2천680가구에 해당한다.
따라서 만약 공급물량의 10% 정도 증가한다면 기존 중대형 공급물량(4천566가구)에 2천680가구를 더해 중대형 물량은 7천여가구를 다소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도 "정부가 다양하게 검토를 해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대형 택지의 용적률을 다소 상향시키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10% 이내로 늘어서는 중대형평형 공급 확대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없다는 고민에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가장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강남권 중대형평형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판교신도시에 더 넣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물량을 늘리려면 환경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해 분양이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다소 늦어지더라도 충분히 늘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시민단체에서 주장해 온 공영개발도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회 박병옥 사무총장은 "판교신도시 전체에 대해 공영개발을 주장해 왔는데 25.7평 이상만 유보된 것이 어떤 의미와 영향이 있을 지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 집값 안정에는 다소 도움될 듯 =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강남권 집값 안정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선덕 소장은 "판교의 중대형 공급이 늘어나면 무모하게 강남권에 집을 사려는 이들은 크게 줄어 강남권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4분기부터는 집값이 크게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정부가 중대형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만으로도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박사도 "정부가 신중론으로 돌아서면서 시장도 신중해질 것"이라며 "특히 장마철과 휴가철이 이어지기 때문에 대책이 8월말까지 늦춰진다해도 지금과 같은 급등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책에서 판교신도시의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심리적인 안정감은 주겠지만 물량이 시장 분위기를 바꿀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종완 대표도 "판교의 개발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당, 용인 등에 대한 매수세는 줄어들어 관망세로 접어들겠지만 물량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 청약 전략 수정 불가피 = 11월 판교 일괄 분양을 기다려 온 청약통장 보유자들은 청약전략의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에서 25.7평 초과 물량의 공급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할 지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청약자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정부가 향후 25.7평 이상 평형의 공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는데 따라 시장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판교 청약 희망자들은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일단 정부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회사도 판교 시장 공략 전술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청와대가 판교 신도시 건설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한번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사업 내용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변수가 발생한 이상 사태 추이를 살펴보며 때에 따라 전략 수정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