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소득 있는 곳 세금 있다면 손실 있는 곳 공제 있어야"
미국·일본·영국 등 양도소득 이월공제 허용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양도손실 이월공제 같은 적극적인 세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영국 등의 금융선진국과 비교해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유인책이 거의 없다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주식 투자에 따른 이익에는 주저 없이 과세가 이뤄지고 있지만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땐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주식 양도손실 이월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소득세법은 주식 양도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정식으로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면 손실이 있는 곳에는 환급 등의 제도가 있어야 합리적이란 입장이다. 주식투자에 따른 손실을 이후 향후 발생할 소득에서 차감하는 이월결손금 공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2017년에 주식투자로 6억원의 이익을 본 경우 올해 5월 소득세 신고 때 작년 주식 매매 건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그런데 올해 4월 같은 상품 매매로 7억원의 손실을 봤다면 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2017년과 2018년 총 1억원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규정대로라면 이 투자자는 작년에 발생한 투자이익 6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주요선진국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주식투자로 손실이 발생하면 자본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무제한으로 허용해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역시 주식과 채권 등의 모든 금융상품의 손익을 통산해 세금을 매기는데 만약 손실이 나는 경우 3년간 이월공제를 해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손실분에 대해 평생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것은 소득개념을 투자자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100세 시대란 말이 낮설지 않은 만큼 평생소득 개념에 따라 양도손실 이월공제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상당수 납세자들이 양도손실 이월공제가 안 돼 세법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 투자자의 펀드가 전년 이익이 난 후 곧바로 다음해 손실이 난 경우 계좌는 마이너스인데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손실분을 과거 이익에서 공제해주는 소급공제는 바라지도 않고 몇 년 간 이월공제를 허용해주는 안이라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거래세 중심의 국내 자본시장 과세 체계를 소득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거래세 중심의 과세 정책을 고수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가 적기 때문에 과세당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세법 전문가는 "과세당국에서도 지금의 거래세 형태가 후진적인 방식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신들 입장에선 한국예탁원이 납세의무자가 돼 세금을 대신 걷어 주고 있어 손 쉽게 세수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손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자본시장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를 제외하고 남아있는 세제혜택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소득중심의 과세체계로 개편해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세율인하나 소득공제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