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재산국외도피·자금세탁 등 1조 5105억원의 불법외환거래를 적발했다. 특히 사상최대 규모인 8170억원대의 환치기 사범도 적발하는 계가를 올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 사범들의 수법은 매우 교묘하고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직 은행원 짜고 '자금세탁·재산도피' 주도
전직 은행원인 환전상과 현직 은행원이 짜고 재산해외도피·자금세탁 등 불법외환거래를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전직 은행원인 김 某씨는 해외 여행자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로 실명확인을 받고, 관세청 등에 통보를 하지 않아도 되는 1만불 이하 증여성 송금형태로 자금을 빼돌리는 등 전문지식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은행원 출신인 환전상 대표 김 某(남, 55세)씨가 지난 2002년 12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해외송금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송금할 돈 48억원과 수취인 계좌번호를 넘겨받아 이를 1만불 이하씩 분산,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허위로 실명확인을 해주고 김 씨가 거래지점 자신의 계좌에 수취계좌와 도용할 송금인 명의관련 내용은 팩스로 은행원에게 보내면 K씨 계좌에서 돈을 직접 인출, 송금하는 등 3개 시중은행 직원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방법을 통해 국내기업 직원인 구 某씨는 미국에 있는 약혼녀 박 某씨에게 국내아파트를 판 자금 등 9억원을 재산도피·자금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상 최대규모 한-일 환치기 적발
일본 대부업체 대표 김 某(54세, 남)씨가 한국지사에 대부업 영업자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위장, 지난 2002년 9월부터 지난달 4월까지 2년 7개월여동안 무려 35만 차례에 걸쳐 8170억원을 국내로 몰래 들여온 사건도 적발됐다. 이는 종전에 적발된 최대규모 환치기 2507억원의 3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김 씨는 지난 2002년 말 일본계 대부업체 I사 한국지사로 재경부에 외국기업 국내지사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하루 평균 해외 입금액 10억원·누적규모 7000억원의 대형 대부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3명에 불과한 등 불법 외환거래를 감추기 위해 유령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현재 35만 건에 이르는 입·출금계좌 이용내역을 분석, 조사대상자 선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보따리상·대포폰 동원 220억 빼돌려
올들어 무역회사대표·환전상 직원·보따리상 무역 대표 등에 동시에 개입한 신종 환치기 수법을 이용한 220억원 규모 한-중국 환치기 사범이 검거됐다.
특히 이들 조직은 계좌간 거래기록을 은폐하기 위해 세관신고 면제금액인 1만불 이하씩을 여러 명의 보따리상에게 분산해 휴대 반출토록 하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면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했다.
◆페이퍼컴퍼니 이용 200억원 홍콩으로 유출
국내 상장·코스닥 기업 명의를 불법 도용하거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상품가치가 없는 물품을 수입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조작한 후 홍콩으로 2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빼돌린 사건도 적발됐다.
홍콩 C사 한국영업소장 이 某(남, 36세)씨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상장·코스닥 기업 등 11개 회사를 상대로 홍콩으로부터 낮은 이자로 외자유치를 해 줄 것처럼 속여, 법인 인감증명서 등을 입수한 후 이들 기업의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밀수품 판매수익으로 '호화생활'
밀수입한 중국산 건고추 판매 수익을 장모명의계좌에 숨긴 후 이 자금으로 서울 성북구 소재 61평 아파트와 에쿠스·뉴이에프소나타 등 자동차 두 대를 구입해 장모명의로 등록하는 등 호화생활을 즐긴 외환사범도 검거됐다.
그는 부인 캐나다 원정출산비용으로도 1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은닉자금으로 구입한 아파트 및 자동차를 몰수보전 조치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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