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철수전략] ⑤
중국선 기업철수 과정서 출국금지 대비해야
중국에서 법인을 설립했다가 합법적인 청산을 거치지 않고 기업을 방치하거나 도피하는 비정상적인 철수의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합법적인 청산을 하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들이 고의 또는 악의적으로 회사의 명의를 도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회사 이해관계자들이 민·형사책임을 한국 또는 중국에 청구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세금문제, 노동문제 등 행정책임의 부담과 장래 중국에서 다시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기업과 법정대표의 행정적 책임
<회사법> 제147조와 <기업 법정대표인 등기관리규정> 제4조에 따르면 영업집조가 직권말소 되거나 폐쇄명령을 받은 기업의 법정대표를 담당한 자로서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직권말소 당한 날로부터 3년간 다른 회사의 임원 또는 고급 관리인원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세수징수관리법> 제74조는 기업이 세금을 체납한 경우 그 기업 법정대표의 출국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세금체납으로 인한 법정대표의 출국금지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세금의 체납은 이미 확정된 세금을 고의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간 현지법인을 방치함에 따라 발생되어 부과된 세금을 모르고 있다가 법정대표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업과 법정대표의 민사책임
청산을 진행하지 않은 경우의 민사책임에 대한 중국 각 지방법원의 해석은 다양하다.
첫째 유형은 반드시 청산을 해야 하나 청산하지 않은 경우 이로 인해 채권자에게 손실을 초래하였을 때에는 해당기업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해석이 있다. 두번째 유형은 기업이 해산하였으나 청산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경우 투자자가 직접 배상책임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런데 2008년도에 제정된 <회사법 약간문제 적용에 관한 규정(2)> 제20조를 살펴보면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투자자 책임의 범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즉, 회사의 해산은 반드시 법에 따라 청산 완료 후 등기말소처리를 신청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청산을 진행하지 않고 등기 말소처리를 신청하여 회사가 소멸된 상황에서 채권자가 유한책임회사의 경우 주주, 주식유한회사의 경우 동사와 지배주주 그리고 회사의 실제통제인(주주는 아니지만 투자관계나 계약관계에 의해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자)에게 회사채무에 대한 상환책임을 주장할 경우 위 주주 등은 상환책임이 있게 된다.
기업, 법정대표 및 투자자의 형사책임
형사책임은 중국 형법에서 규정하는 사항을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것으로 허위출자와 출자도피죄, 밀수죄 및 사기죄가 있을 수 있다.
먼저, 허위출자와 출자도피죄의 성립조건은 기업해산 시 다른 회사에 변제하지 않은 채무가 존재하면서 허위출자(가장납입)하였거나 출자금을 빼돌린 행위가 발견되는 경우이다. <형법> 제159조에 의하면 회사의 발기인 또는 투자자가 회사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화폐, 실물을 교부하지 않거나 재산권을 이전하지 않고 허위로 출자하는 경우, 또는 회사 성립 후 출자금을 다시 불법으로 인출하는 경우 금액이 크고 부정적 결과가 엄중하거나 기타 엄중한 상황에 해당되는 경우 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구금형에 처한다.
허위 출자금액 또는 불법인출 금액의 2% 이상 10%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을 동시에 부과하거나 단독으로 부과할 수 있다. 기업이 전항의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 기업에 대하여 벌금을 선고하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주관인원과 기타 직접 책임이 있는 인원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구금형에 처한다.
그리고 밀수죄의 성립조건은 기업해산 시 합법적인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세 및 수입증치세를 감면 혹은 면제받아 사후관리 기간(생산설비의 경우 통관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물품을 중국세관의 허가를 사전에 받지 않고 감면 받은 세금을 보충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경내에 판매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사기죄의 경우 미변제 채무가 존재하는데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업해산을 시도한 경우 채권자가 계약사기죄로 제소할 수 있다. <형법> 제224조는 “상대방이 지불한 화물, 대금, 착수금을 수취하거나 재산을 담보 받은 후 행방을 감출 경우 계약 사기죄 구성요건에 부합하며, 금액이 크거나 사안이 중대한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벌금형, 특별히 금액이 큰 경우 무기징역 또는 벌금,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 관련 법원의 출국제한 조치
중국에서 사업철수를 결정하게 되면 그 동안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 예를 들어 회사직원, 물품공급상, 정부기관, 은행 등과의 채권·채무관계를 확정시키는 과정에서 민사소송에 휘말려 공항 출국장에서 출국정지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출국정지는 곧 인신자유의 박탈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면 외국인들은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게 되고 불리한 입장에 서게 마련이다.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사건에서 출국을 제한하는 법률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드물다. 더욱이 민사소송으로 인한 출국제한 조치는 당사자 소속 대사관이나 영사관에도 통지되지 않으므로 출국정지된 사실도 모른채 공항에서 출국제지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출국제한은 일반적으로 민사소송법 제231조에 의거, 민사판결이 난 상태에서 법원의 집행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취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단계에서도 외국인 당사자를 상대로 법원의 출국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출국제한 조치는 외국인 당사자의 출국이 민사안건의 심리와 집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중국측 원고의 서면신청에 따라 법원에서 결정되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에게는 단기간의 출국제한 조치일지라도 인신자유에 커다란 제약을 가하기 때문에 중국 법원도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행 중국 법률상으로 민사소송단계에서는 출입국관리법, 민사소송종결 후 집행단계에서는 민사소송법에 근거하여 외국인의 출국제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민사소송법에 의거한 출국제한은 소송이 종결되어 집행단계에 진입한 안건만을 대상으로 한다. 즉, 법원은 소송이 끝나지 않는 한 <민사소송법> 제231조에 근거한 출국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그런데 <출입국관리법> 제28조는 “미종결된 민사사건이 있어 인민법원에서 출국을 금지하는 경우를 사유로 외국인의 출국이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민사소송종결 전에도 외국인의 출국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출국제한의 기간은 1회 통지마다 3개월이며, 기한도래 전에 다시 3개월 재연장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외국인의 출국제한 신청 안건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일반적으로 소속 대사관 혹은 영사관에서 적극 관여하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이 종결되고 집행에 들어가면 출국제한 수속이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민사소송 진행단계에서는 법원의 출국제한 승인절차가 매우 엄격하고 번거로우며 시간도 1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의 출국제한 방법과 관련한 법률은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감찰원, 공안부 및 국가안전부가 공동으로 공표한 <외국인 및 중국공민의 출국 제한하는 문제에 관한 약간규정>이다. 이 법률의 제2조 제4항은 출국제한 사안 중에서 “민사안건이 미종결되어, 인민법원이 출국제한 결정을 내리고 동시에 공안기관에 통보하는 경우”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제3조에는 법원, 감찰원, 공안기관 및 국가안전기관은 외국인 출국시 다음과 같은 출국제한방법을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첫째, 당사자에게 구두 또는 서면으로 관련된 안건이 종결되기 전에 출국 금지한다고 통지한다. 둘째, 상황에 따라 거주감시 또는 보석조치를 하거나, 또는 재산담보 혹은 일정한 보증금을 교부하도록 명하고 출국을 허가한다. 셋째, 여권 또는 기타 유효한 출입국증명서류를 압류한다.
출국제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종업원과의 노동문제, 거래기업과의 채무문제, 각종 권리문제 등 여러 가지 법적 리스크에 필연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법률 리스크는 청산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일시에 가시적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평상시부터 회사의 각종 인감의 관리, 채무상황의 파악 및 중국기업과의 분쟁, 상표권 등 각종 권리의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중국인 채무자와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출국제한 조치를 당할 경우 그대로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지 말고, 채무자와 채무총액의 감액 또는 분할지불 등 조건으로 끈질기게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는 한국 모회사로부터의 송금을 기대하고 부당한 요구를 계속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사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인지한 경우라면 회사대표자와 책임자는 가급적 조기에 출국하도록 한다. 반면에 일반직원의 경우 출국제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조기 출국할 필요는 없고 회사의 민사소송을 포함한 청산실무의 사후관리를 계속 진행해야 하겠다.
이택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