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는 청와대 측이 정형식 부장판사 파면에 대한 국민청원을 법원에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면 법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사 파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법원에 전달된 것이 사실이라면 사법부의 독립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변협은 4일 성명서를 내고 "이 부회장의 항소심 사건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고, 언론보도에 의하면 청와대 관계자가 2월 말경 대법원에 전화해 국민청원 사실을 전달했다고 한다"며 "청와대 관계자가 대법원에 전화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법원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협은 "청와대는 국민청원 사실 자체만을 전달했다고 하고 직접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서도 "하지만 개별 사건마다 국민청원이 있다고 해서 이를 모두 법원에 전달하면 법원은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다른 국가기관 뿐만 아니라 여론으로부터도 독립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면서 "사법부 독립은 엄정하게 보장돼야 하고, 이를 조금이라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일은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을 맡은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청원이 연이어 올라왔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2월 5일 항소심 선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현안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1년여 만에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 석방됐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 부장판사의 파면과 특별감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400개 넘게 이어지고 23만여 명이 넘게 이에 대해 호응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등 다수의 언론은 4일 청와대 관계자가 대법원에 전화를 걸어 정 부장판사 파면에 대한 국민청원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가 2월말경 이승련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국민청원 내용을 전화로 전달했다.
이 기조실장은 "2월 말쯤 청와대 관계자가 국민청원 내용을 단순히 알리고 전달하는 수준으로 전화했던 것"이라며 "해결하라, 조치하라는 말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