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건강상태 좋지 않아 불출석사유서 제출"
◆…비자금 횡령,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번째 재판에 건강상태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비자금 횡령,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두번째 열린 정식 재판에 건강상태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12분만에 종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28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는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불출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대해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이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오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증거조사기일에도 출석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재판에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재판부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출석할 뜻을 표명한 바 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사유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 첫 공판 이후 입맛이 없어 식사도 거르고 밤에 잠도 못 주무셨다"며 "증거조사기일은 증거내용을 검사나 변호인이 설명하는 자리인데 출석이 필요할 것인지 물어봐서 힘들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법정 출석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인데도 강제로 인치해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강 변호사는 "재판을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며 "법원에서 출석해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경우 변호인을 통해 출석 요청을 하면 그 기일에는 출석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규정을 숙지하고 불출석 결정을 한 것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출석할 수 있는 재판은 굉장히 경미한 사건에만 해당된다"며 "정당한 사유없이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것이 아니냐"고 변호인측에 반문했다.
또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신변이면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지난 공판에서 보니 이 전 대통령 굉장히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며 "지난주에도 허가 없이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해서 안 된다고 말했고, 건강상태 고려해서 힘들다면 출석 후에 퇴정을 요구하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조사기일 출석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사실관계를 다투는 기일이라서 직접 방어권 행사를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변호인이 정확한 법률 조언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도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사유서를 낼 경우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교도관을 통해 인치하고 인치가 불가능할 경우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형사소송법 277조의2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 개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부장검사 출신 A변호사는 이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은 법정에 반드시 출석할 의무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모르지만 정당한 사유가 없이 불출석했다면 문제가 되고 상황에 따라 인치할 수 있지만 실제 법원이 인치 시도를 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검사 시절 일반 피고인들이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면서 "일반인으로서는 법정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다음 재판은 31일 오전으로 이날 재판에 이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