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한국 법인인 한국필립모리스가 교묘한 방법으로 세금(담뱃세)을 탈루,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들통이 나자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지만 심판원의 결정은 "과세가 정당하다"로 내려졌다.
담뱃세의 경우 제조장에서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데, 한국필립모리스가 담배 물량을 이동시키는 경로를 뜯어보면 조세회피 정황이 뚜렷해 국세청이 정당한 과세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조세심판원의 결정 요지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 사안에 대해 행정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 12월 국세청으로부터 997억원의 개별소비세(가산세 포함)를 부과 받았다. 2014년 9월~12월까지 임시창고를 이용한 '가장반출'로 담배를 몰래 축적해 놓았다가, 이를 담뱃값이 인상된 직후인 2015년 반출·판매 하는 수법을 썼다.
다시 말해 담뱃세 인상 전 비정상적으로 많은 재고를 확보하고 낮은 세율을 적용해 부당한 차익을 올려 세금을 탈루했다는 것이 과세 논리다.
심판원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도매상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미납세재고 물량을 납세재고로 전환처리(납세코드 전환) 한 후 도매상 영업소 등으로 판매했다. 납세코드 전환시점을 반출시점으로 보고 담뱃세 등을 신고·납부했다.
이러한 유통 흐름은 2014년 9월 이전까지의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해 9월~12월말까지 실제 반출하지도 않은 미납세 재고를 반출한 것처럼 전산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쌓아 놓은 담배 재고 물량은 2015년 모두 판매(반출)됐다.
국세청은 담뱃세 인상이 이루어지 전 반출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조세회피를 한 것으로 봤다.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된데 따라, 1갑(20개비)당 개별소비세가 594원 붙었고 담배소비세는 641원에서 1007원으로 올랐다.
결국 한국필립모리스가 부당하게 축적한 담배 1억620만4576갑에 대해 개소세 997억원이 추징됐고,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약 1111억원)까지 합해 2100억원의 세금 철퇴를 맞았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국세청의 과세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해 3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최근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제조장인 공장에서 외부창고로 이동시킨 것은 반출에 해당되기 때문에 '가장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심판원의 기각 처분에 행정소송을 준비 중인 만큼, 분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과세적법성 여부를 법원에서 다투어 보겠다"고 밝혔다. 현재 담배소비세 1111억원을 추징한 동일 쟁점의 계류 사건에 대한 심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조세심판원이 한국필립모리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유사한 사례로 불복을 제기한 BAT코리아(개별소비세 372억원, 담배소비세 277억원 추징)도 기각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