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서울지방국세청은 한국필립모리스(필립모리스 한국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한 달 전 감사원의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련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담뱃세 탈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고의적 조세포탈 행위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세무조사 결과, 회사 전산시스템에서 수상한 점이 포착됐다.
담뱃값 인상(2500→4500원)을 앞둔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산조작을 통해 담배를 허위반출하거나 임시창고를 이용한 가장반출로 담배 1억602만여갑을 축적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상 반출로 기록된 담배는 창고에 쌓아두고 담뱃세가 인상된 이후 판매됐다.
이러한 눈속임을 통해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남긴 것이다.
과세당국으로부터 개별소비세(997억원), 담배소비세(1111억원) 등 명목으로 약 2108억원의 세금을 추징 받게 되자, 한국필립모리스가 '세법해석 차이가 있다'며 불복을 제기했다.
수상한 담배재고 흐름
국세청이 조세포탈 행위로 확신한 데는 한국필립모리스의 수상한 물류 흐름 때문이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2002년부터 경상남도 양산시에 제조공장을 두고, 제조장에서 반출한 담배를 각 물류창고로 이송해 보관하다가 도매상 등에 공급하고 있다. 물류창고에서 보관 중이던 담배는 미납세재고로, 도매상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납세재고로 전산처리(납세코드 전환)를 한 뒤에 판매(반출)하는 구조다.
담뱃세 과세 기준이 제조장에서 유통망으로 반출하는 시점이기에 한국필립모리스는 납세코드를 전환한 때를 반출시점으로 보고 담뱃세 등을 신고·납부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물류 흐름은 2014년 9월5일부터 12월 말까지 갑자기 바뀌었다.
물류창고에서 도매상 등으로 반출되지 않은 담배를 전산 조작을 통해 납세재고로 전환한 것이다. 게다가 제조장인 공장에 충분한 적재 공간이 있었음에도, 임시창고를 만들어 담배를 '가장반출'시켰다. 이후 도매상에게 판매할 땐 재차 물류창고에 반입(반출신고 없음)한 후 반출했다.
담뱃값(세율)이 인상된 2015년 1월 이후 임시창고는 사라지고, 물류 흐름도 평소대로 되돌아왔다. 담뱃값을 인상하려는 정부의 방침이 확실하게 되자 부당이득(세율차액)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주장이다.
국세청은 반출이라는 형식적 사실관계를 과세요건으로 삼는 세법을 교묘히 악용한 가장행위로 판단, 물류창고에서 미납세 상태의 담배를 실물 이동 없이 전산으로만 반출처리하고 담배소비세를 신고한 부분에 대해 해당창고를 제조장으로 의제해 과세대상으로 여긴 것이다.
세법해석 차이 있다는 담배社…결론은 '조세회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국세청이 문제 삼은 담배는 이미 2014년에 제조장에서 실제 물리적 반출이 이루어졌다'는 불복 논리를 꺼내들었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에 따르면 담뱃세의 납세의무 성립 시기는 '담배를 제조하는 제조자의 공장으로부터 반출한 때'로 규정하고 있고, 과세관청의 해석도 제조장 반출을 '과세물품의 제조장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제조장 이외의 장소로 이동하는 사실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조장 반출과세'가 원칙에 따라, 이미 과세요건을 충족한 시점에서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2015년 이후 반출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소리다.
국세청의 자의적인 과세방식도 문제를 삼았다.
KT&G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었다.
KT&G은 담뱃세 인상이 예상되자 2012~2014년 기간에 걸쳐 평소보다 많은 수량의 담배를 출하했고, 이를 통해 약 3300억원의 재고차익을 얻었다는 것이 한국필립모리스 측의 설명. 그런데 처분청은 그 어떠한 과세도 한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는 한국필립모리스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최근 이 조세심판청구 사건에 대해 기각(납세자 패소)을 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실질과세 원칙을 내세웠다. 담배 반출 과정을 따져보니 양산공장에서 임시창고로의 가장반출 등은 부당하게 조세회피를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비정상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판단이었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추가 행정소송 준비에 돌입하면서, 과세 적정성 여부는 법원 손에 맡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