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현황보고를 하고 있는 김영문 관세청장.
31일 김영문 관세청장(사진)이 취임 1년(2017년 7월31일 취임)을 맞았다.
면세점 선정 비리 의혹, 인사 청탁 논란 등 관세청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검찰 출신' 관세청장.
관세청장 자리에 검찰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택규 초대 청장(1970년 8월∼1974년 2월), 최대현 2대 청장(1974년 2월∼1978년 12월)에 이어 39년 만이었다.
특히 김 관세청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며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고교(경남고) 후배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자신의 이력도 이력이지만 등장하는 순간부터 '실세 관세청장'으로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7월31일 취임식 자리에서 "20년 동안 검사로서 법과 원칙을 중심으로 살아왔다"면서 "관세와 관련한 법과 원칙이 무엇인지 근본에서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던 김 청장의 '관세행정 365일'은 어땠을까.
말 많고 탈 많았던 '면세점 선정업무' 내려 놓은 관세청
취임식 당시 '관세행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던 김 청장은 관세청 조직이나 관세행정의 세밀한 부분을 바꾸기 보단 그동안의 관행에 사로잡혀 '고인 물'처럼 되어 있던 부분을 바로잡는데 신경을 썼다.
대표적인 것이 '면세점 선정 방식'의 변화.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전직 2명의 관세청장이 내리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김 청장이 부임 후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세행정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세청에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김 청장. 그는 지난해 12월 공정성 시비 등 논란이 됐던 면세점 특허 선정과 관련해 특허심사위원회를 전원 민간으로 교체, 완전히 권한을 내려놓는 통큰 결단을 내렸다.
특히 그동안 면세점 특허는 특허심사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선정 방식으로 문제가 됐었는데, 이날 이후부터 특허심사위원회 전체 위원 명단이 공개되고 면세점 선정에 참여한 위원의 명단이 선정 결과와 함께 함께 공개되는 등 이전과 달리 투명하게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관세행정의 미래 제시…'AI통관' 시대 선포
◆…지난 3월7일 부산본부세관에서 개최된 전국세관장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김영문 관세청장(김 부총리 우측), 그리고 관세청 간부들.
올해 3월 열린 전국세관장회의에서 김 청장은 관세행정의 미래를 위한 '빅 플랜'을 제시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관세행정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 청장은 이날 "무역량이 급증하고 전자상거래가 증가하는 등 무역거래형태가 복잡화되는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관세행정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그러면서 ▲빅데이터 기반 위험관리 ▲AI 통관검사 ▲블록체인 활용 통관물류 혁신 ▲IoT 관세행정 플랫폼 구축 ▲지능형 CCTV와 드론을 활용한 입체적 종합감시체계 구축의 5대 전략을 통한 안전한 관세국경관리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AI 통관과 관련된 내용은 실제 현실화될 경우 관세청의 통관행정에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은 AI 전자통관심사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일 평균 1000건을 심사하고 있는 관세청 직원의 업무가 일 평균 50건 정도로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집중해야 하는 고위험 우려 신고건도 사람의 한계상 놓치는 부분있는데, AI가 이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등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며 "적중률도 높아질수 있고 검사 대상 선별, 수출입 심사 등 앞으로 AI가 관세행정에 쓰여질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만 요란했나? 대한항공 총수 일가 탈탈 털었지만…
'물컵갑질'로 시작된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밀수 의혹 문제는 관세청은 물론 김 청장에게 '양날의 검'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관세청이 조직적으로 대한항공 총수일가에 조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관세청이 코너에 몰리자 김 청장은 관세청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활용,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강경모드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김 청장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요청하는 등 이전 관세청장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진 직후 4월21일부터 시작 한 달 동안 무려 5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현 시점에서 관세청이 얻어 낸 성과는 사실상 아무 것도 없는 형편이다.
최근 신청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검찰에 의해 기각이 되는 등 관세청의 '무능'만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검찰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김 청장에게 '독'이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는지 여부가 '검찰 출신 관세청장 김영문'에 대한 역사의 평가를 가름하는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 총수일가 밀수 의혹 외 김 청장이 최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곳은 남북접견 지대에 위치해 있는 세관(고성세관비즈니스센터, 도라산세관비즈니스센터)이다.
김 청장은 '남북통관종합지원TF'를 따로 신설해 현장을 점검하는 등 남북경제협력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관세조사를 축소하고 기업의 자진신고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관세행정 패러다임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