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님, 아쉽지만 이번에 안 될 것 같습니다. 평상시 기출이나 학원에서 나오던 문제유형이 아닌 바람에 당황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찬찬히 들여다보니 배점도 낮은 문항에 매달리다 정작 풀 수 있는 문제는 놓치고 말았네요. 제 공부법에 무엇이 문제일까요?"
올해 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 중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변형된 문제유형에 당황한 수험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수험생의 말대로 무엇이 문제일까.
잠시 스포츠 얘기를 해 보도록 하자. 얼마 전 월드컵으로 들썩일 때 어느 기사에서 읽은 내용이다.
"현대 축구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평상시에 얼마나 연습과 훈련을 했느냐의 차이로 결정이 납니다. 각각의 상황을 놓고 공이 이렇게 오면 미리 약속된 대로 선수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상대수비를 따돌리고, 어떤 위치에서 슛을 쏠 것인가를 연습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로봇처럼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아무리 좋은 찬스가 와도 체력과 집중력부재로 인해 서로 약속된 플레이를 못하면 점수를 낼 수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상대팀이라고 내 전술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죠. 상대도 익숙한 전술에 대응되는 전술을 펼칠 것이며 경기환경도 변화무쌍할 것이니까요"
"그라운드에 비가 올 수도 있고 관중들의 비난, 함성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데 그 상황에서는 훈련된 익숙함도 굳어지게 되고 무뎌지게 되죠. 그때 그 상황을 이기고 돌파하는 팀에는 반드시 창조적인 테크닉으로 골문에서 결정력을 발휘하는 스타플레이어가 존재합니다. 그런 팀이 결국 우승을 하는 것이죠"
다시 공부얘기로 돌아와 보자.
많은 수험생들이 1년 내 학원이나 스터디팀 또는 다양한 공부방식으로 축구에서의 세트피스 상황을 연습한다. 기출이나 연습서를 반복적으로 몇 회독을 하고 자기 나름의 문제풀이 방식을 개발하고, 이를 몸과 머리에 새겨 넣는다.
상담을 하다보면 4~5년씩 수험생활을 진행하고 있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기출이나 연습서에 나오는 문제들을 수십 번 풀어보았다고 하면서 이젠 문제만 봐도 어떻게 풀어야할지 알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답을 외울 정도가 되다보니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시험장은 전쟁터다.
안전한 학교운동장에서 총검술하는 곳이 아니라 사방에서 총탄이 날아오고 아차 하는 순간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축구 경기 동점 상황에서 연장전을 무승부로 마치고 나서 피 말리는 승부차기를 한다. 정말 난 이때 마다 TV채널을 돌린다. 제아무리 경기 내내 펄펄 날던 선수도 승부차기 때만큼은 긴장으로 온몸이 얼어붙는다. 어떤 감독은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 시험장에서 낯선 문제 유형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담함이 필요하다.
축구 경기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떨쳐내고 승부차기를 하거나 시험장에서 낯선 문제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 대담함이다. 그 대담함은 경험에서 나온다.
평상시 공부할 때 똑같은 환경이나 반복된 문제로 익숙해지기만 해서는 변칙적이고 낯선 유형의 문제를 만났을 때 그 대담함이 생길 수 없다.
스터디팀이 안맞으면 바꿔보기도 하고 항상 앉아 있던 독서실을 카페 같은 환경으로 전환해보거나 한동안 잠수타고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교재도 바꿔볼 필요도 있다.
물론 일정한 공부수준까지는 당연히 익숙함이 제일 중요한 것이지만 그 뒤에도 수험생활이 길어지고 있다면 환경을 과감히 바꿔보는 경험을 가져보자.
"변화 할 것인가" "변화 당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