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또 일냈다. 빌보드 차트에 1위로 올랐다. 유튜브로 세계 각국의 음악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보니 비틀즈, 마이클 잭슨과도 비슷한 반열에 올라선 정도라고 한다. 한국 사람의 설명이라면 그저 자화자찬정도로 흘려 듣겠는데, 외국 사람이 그렇게 설명하니 더욱 반갑다.
그래서 며칠 동안 방탄소년단에 관한 동영상을 보고 있다. 그냥 보면 얼마나 훌륭한지 잘 모른다. 작곡 전문가, 음향 전문가, 보컬 전문가, 안무 전문가, 촬영 전문가들이 BTS의 동영상을 리뷰하는 동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막귀는 아무리 좋은 음악을 들어도 잘 모른다. 가사를 들어도 우리말 같지 않아 그냥 웅웅대는 소리같지만, 미국 팬들은 같이 따라 부른다. 춤추는 것도 막눈이 보면 관절 부러질 것같은 동작이 연속해서 반복하니, 저 친구들 관절 망가지겠네 하고 걱정한다. 하지만 안무 전문가들이 보면 안무도 잘했지만, 7명이 칼같이 맞추어가는 군무도 놀라워한다.
해설을 곁들여서 BTS의 동영상을 보기 권한다. 정말 우리 세대에 빌보드 차트에서 1위하는 뮤지션들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무역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그들이 한국의 세계적인 위치를 몇 단계 올려놓았다. 그건 단순한 음반 판매량으로 성과를 맺는 게 아니라, 앞으로 한국의 소비재, 공예품, 예술작품들의 해외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문화적으로 성숙한 나라, 대한민국의 문화 상품을 사고 싶어하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BTS가 지속적으로 세계 음반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그 후배들이 K-pop을 힘있게 이끌어 간다면 한국의 술도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팔릴 날이 온다.
술도 화장품 못지않게 문화 상품이다. 문화가 융성하지 않은 나라의 술이나 화장품이 팔리는 지를 생각해보자. 술과 화장품이 팔리는 것은 품질이나 가격의 문제와는 별도이다.
이제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더불어 한국의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젊은 우리의 문화인들이 잘 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못 팔던 여러 가지 제품, K-FOOD, K-FASHION, K-EDUCATION, K-SPORTS, K-BEAUTY 등 어느 제품이든 'K'자만 붙이면 훨훨 팔리게 된다. 'MADE IN KOREA'가 'MADE IN FRANCE'와 맞먹는 고급 상품의 이미지를 갖게 되고, 여기에 더해서 남북이 합쳐서 더 큰 효과를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크든 작든 간에 어떤 외부적 지원이 없었다. 정부에서도 지원이 없었다. 아마 정부 지원이 없는데도 이렇게 큰 성과를 이루는 분야는 문화 분야일 듯하다. 손 안대니까 큰 성공을 이루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건드리면 망가질 수 있다.
정부에서 뭔가를 지원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간섭이 들어가고, 쓸데없는 서류작업을 엄청 요구한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그렇다. 실제로 참가한 젊은 창업자들과 대화하다보면, 스타트업 지원받는 전문가는 따로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들어 좀 소문난 창업자들이 보기 힘들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내수용 창업은 좀 있을지 모르지만,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뻗어나갈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 업은 유니콘(Unicorn) 기업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그렇다. 박정희 초창기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할 때는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았지만, 그의 사후부터는 사실상 자립 갱생했다고 보아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늘 한 두개의 대기업이 사라져갔다.
지원을 안해 줘도 되니, 간섭을 하지 않는 게 대기업을 도와주는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 오히려 삼성, 현대, LG등 대기업의 해외 마케팅 성공으로 대한민국의 이름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정치리스크'가 매우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이 하나 둘 사라진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리스크만 없어져도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를 더 많이 할 것이다. 선거때마다 발생하는 정치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니까. 그럼 굳이 기업들이 쫒기듯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이제까지 정부의 K-pop 정책, 한류 정책이 없어서 크게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이제 개별 기업을 억누르는, 어설프게 지원하겠다는 산업정책은 없애야 한다. 그래야 'K-기업가 정신'의 중흥기를 다시 맞이하게 된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