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소득주도 성장' =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야당 의원들은 여러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이미 실패를 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경제가 어려운 원인은 소득주도 성장 때문이 아니라며 맞섰다.
18일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야당 의원들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하라며 책임을 묻는 것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역인 여당 의원들은 방어전선을 구축해 김 부총리의 편을 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문제가 없음을 역설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묻는 질문에 경제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자영업자와 무직자들이 내린 평가가 가장 좋지 않다.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60%가 넘었다"며 "이념별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물었더니 진보라는 사람조차도 48% 이상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 정도면 소득주도성장 폐기해야 할 때라고 본다. 현 정부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며 "각종 정부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정부가 반드시 국민의 의견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참고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사이비 종교집단의 정신승리 같은 것이 청와대에 가득차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공무원과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계획을 버리고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에 힘쓰면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청와대 사람들과 문 대통령 사람들은 시대착오적인 좌파운동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라며 "김 부총리가 책임질 타이밍이 됐다. 5년 내내 이렇게 끌고가면 김 부총리가 책임을 지게 된다. 이제는 반기를 들 시점"이라고 결단을 요구했다.
반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때문"이라며 "새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 핵심성장, 공유경제 정책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도와줄 부분은 도와줘야 한다"고 정부를 두둔했다.
심기준 같은 당 의원 역시 "내수부진의 원인은 중산층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더 세밀히 보완하거나 추진해야 한다"며 "이것이 폐기되거나 한국경제를 망치는 주범인 양 얘기되어선 안 된다. 소득주도 성장이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는 것이 아닌 세밀하게 보완해 나가야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는 "그동안 경제성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 소득주도 성장 문제는 프레임 논쟁에 말려드는 것 같다"며 "내년 초에도 경제지표가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시기를 단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김성식 미래당 의원은 "기승전 최저임금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한국경제의 만성적 질환에서 벗어나는 지금, 경기 회복세가 아니라는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공급 측면에서 구조적 장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을 믹스해 나가자는 프레임으로 나가야할 때"라는 제안을 했다.
일자리 창출 정책이 잘못됐다는 야당 의원들의 매서운 질타도 쏟아졌다.
윤영석 한국당 의원은 "기재부가 8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336곳에 공문을 보내 단기일자리를 늘리려고 한다"며 "공공기관을 닦달하면서 만든 일자리가 고속도로 풀 뽑기, 축제 진행요원, 철도역에서 짐 들어주기, 신혼부부 주택 물색도우미 등"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가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오해"라며 "일자리 창출은 엄중한 사안이다.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 노동의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청년들은 자기계발과 경력개발의 기회를 얻는다는 의도이지, 단기간 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는 공공근로사업, 이명박 정부에서는 희망근로프로젝트, 청년인턴제가 있었다"며 "역대 정부들의 고민을 문재인 정부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냐.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가 문재인 정부만 하는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발언했다.
◆…"휴~ 내일 감사도 남았네" = 김 부총리가 국감 시작에 앞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18일 열린 국감에서는 경제·재정정책 분야에 대한 감사가 이뤄졌으며 19일에는 국회에서 조세정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다.
'심재철-김동연' 불꽃공방無…인사청탁 이슈 '곤혹'
이날 열린 국감에서 가장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심재철 한국당 의원과 김 부총리의 불꽃 공방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 의원이 한국재정정보원의 전산시스템인 디브레인(dBrain)에서 비인가 재정정보를 다운로드 해 유출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기재부와 심 의원이 맞고소를 하면서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상황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재부 국감날 심 의원이 김 부총리에게 맹공을 퍼부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예상 외로 심 의원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질의시간을 소모했다.
심 의원은 언론에 보도된 사설 중 일부인 "사실 나는 오랫동안 김동연이 왜 사표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부분을 읽으며 김 부총리의 답변을 요구해 국감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김 부총리 역시 "대답하기는 그렇지만 취지는 이해한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오히려 이날 논란이 됐던 것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기획재정부 국장급들의 인사청탁 문자메시지였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 전 수석에게 승진과 꿀보직을 얻는 특혜를 누려온 고위직들이 기재부에도 있다"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안 전 수석에게 기재부 관료와 관련한 인사청탁을 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밀실인사로 무너진 인사시스템이 타 공무원에게 허탈감과 위화감을 초래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당시 인사청탁 당사자들이 아직도 정부기관에 있다며 거취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김 부총리는 "뉴스를 봤다. 사실 여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저는)문재인 정부 출범 후 취임해 인사청탁은 단 한 번도 없이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맞게 공정하게 인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약하다는 지적에 김 부총리는 "종부세 문제는 결과적으로 원칙에 충실하게 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면 (정책) 손질을 하면서 속도를 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