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인 행보에 대한 보수층 여론의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유영하 변호사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판한 데 대해 두 당 대표 후보는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현재 수감중인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언젠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에 전해왔고 대통령께서 거절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황교안, 원론적인 반응만…'긁어 부스럼'
이에 황 전 총리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8일 오전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면담 후 해당 질문에 "최선을 다해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한 책상과 의자 반입을 거부했다는 유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저는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황 전 총리는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왜 거절당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황 전 총리는 이어 친박 이미지로 정치한다는 지적에 대해 "저를 두고 친황(친 황교안)이라고도 말하고 친박이라고도 하지만 저의 정치적 목표는 대한민국의 정치"라며 "굳이 말한다면 친한(친 대한민국)으로 그런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반응에 유 변호사는 "어떤 도리를 하고 있냐"고 재반박하며 "두 사람은 아무 연관도 없다"고 재차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시절 총리로 임명됐고 탄핵 후 권한대행을 지내게 되면서 대중적으로 친박 이미지의 이익을 얻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은 탄핵 과정과 그 후 분명한 선긋기를 했던 황 전 총리에게 배신감을 강하게 느끼는 역설적 상황인 것이다.
황 전 총리는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도 탄핵 관련 한 마디 언급도 없었는데, 유 변호사의 비판에 원론적인 반응만 하고 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심 자칫 잘못하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박 전 대통령과 인연 깊지 않아"
유 변호사는 같은 날 홍 전 대표도 비판했다. 홍 전 대표가 제기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유 변호사는 "2017년 11월 3일 대통령을 출당시키면서 '법률적·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는데, 그분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생리상 배신자는 용서치 않는다"며 "하지만 왜 나를 (황 전 총리를 향한 옥중메시지에) 끼워 넣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24년 정치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이 없다"며 "서로 은혜를 베풀거나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당 대표 때)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것은 한국당이 탄핵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며 "역대 대통령들도 당이 어려울 때 탈당하는 게 관례였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출당될 당시 당 대표였던 홍 전 대표로서는 사안이 불가피했다고 적극 해명한 셈이다. 홍 전 대표는 과거 탄핵안이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끝까지 탄핵을 반대했으며, 최근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뒀던 것도 사실이다.
◆ 탄핵 정국서 보인 행보, 당권 경쟁 주요 변수 될 듯
유 변호사의 발언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황 전 총리에게 서운함을 넘어 인간적 배신감을 표출했으며, 홍 전 대표에게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나 유 변호사가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들 두 후보는 물론 전대에 출마하는 후보들 모두 보수층이 여전히 탄핵 찬반 두 갈래로 나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7일 출마선언에서 "탄핵을 인정하자"고 입장을 밝혔다. 탄핵 정국에서 탈당해 당시 바른정당에 입당, 반기문 전 사무총장을 지지한 이력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결을 분명히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 부대 등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줄어들지 않고 도리어 느는 듯한 분위기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과거 탄핵 정국에서 보였던 후보들의 행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전대 향방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전대 출마를 선언한 유력 당권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왼쪽부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