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유성엽 민주평화당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수 야 3당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여야 4당이 합의한 300석 동결을 깨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 초반 제기됐던 330석 안팎의 의원정수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은 전체 의석수를 300석으로 고정하되 현행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으로 수정하도록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정수를 유지하기 위해 지역구 수를 줄이는 것은 오히려 비례성과 대표성을 훼손할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국회 본회의 통과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지역구 수는 그대로 두고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준(準)연동형 비례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차선책이었을 뿐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하나도 더 늘릴 수 없다'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수용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변명했다.
손 대표는 "온전한 연동형 비례제만이 승자독식의 양당제 폐해를 불식시키고 민의를 그대로 반영하는 의회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 농어촌 지역구 의석 감소를 크게 우려해온 민주평화당은 유성엽 신임 원내대표가 의원정수 확대를 공론화할 모양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이 돌아와 선거법 문제를 합의해 처리하면 좋은데 지금 반쪽짜리로는 어렵다. 완전하게 연동형 비례제로 전환을 해야 한다"면서 "완전한 연동형 비례제로 가기 위해 50% 세비 감축을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의원정수를) 50명을 늘리면 국회 비용은 훨씬 줄어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발언대로라면 의석 수는 350석으로 늘리고, 국회에 소요되는 각종 예산을 줄이자는 것인데, 이와관련, 문희상 의장도 연초부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문제는 국회 세비 감축이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직원 등의 인력 축소 내지 인건비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기 위해 국회 전체가 희생하자는 말과 다름없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지난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정수 확대론이 고개를 다시 드는 것과 관련해 "지역구 축소에 대해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일찍 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야3당은 앞서 선거제 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15일 여야 5당의 선거제 개혁 합의안에도 의원정수와 관련해 '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 검토'가 명시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본보가 지난해 말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던 때부터 꾸준히 지적한대로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 제도다.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방법의 제도이므로 지역구 의석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비례대표만 늘어나면 전체 의석 수는 크게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한 여야 4당 의원들조차도 지역구 감소가 내년 총선 재선에 악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 3당의 의원정수 확대 군불떼기는 이같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합의 과정에서 의원정수 증원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이 의석 증가에 부정적이자 일단 의원정수 동결로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고정한 뒤 본래 구상했던 의원정수 확대를 슬그머니 추진하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이고, 여야 4당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처리한 선거제 개편안이 본회의에 오르기도 전에 수정 요구가 제기되면서 제도 도입까지는 적지않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