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도 똥이다. 똥 아니랄까 봐 구린내가 진동한다. 우리 형도 새똥에 맞았다. 혹시 우리 가족 새한테 걸렸나 보다(전주인.5학년)'
섬진강변의 자그마한 시골 초등학교인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교장 최기남) 전교생 31명이 최근 '우리 형 새똥 맞았다'(도서출판 두인)는 제목의 시집을 펴냈다.
시집에 실린 114편의 시에는 섬진강과 회문산, 수많은 나무와 꽃, 동네 풍경 등 어린이들이 자신이 살고있는 곳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순수함과 순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처럼 전교생이 모두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었던 데는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 시인의 지도가 있었다.
이 학교 교사인 김 시인은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 아이들을 학교 안 나무 밑이나 섬진강 개울가로 데리고 나가 야외수업을 하며 글쓰기를 가르쳐왔다.
학습 방법은 아이들이 사물을 보고, 무엇인가를 연상하거나 떠올리면 다시 이를 정리하는 방법만 가르치는 것.
아이들은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어 했지만 점차 무심코 대했던 주위의 사물들을 관찰하는 힘을 기르게 됐으며 결국 시골 아이들의 동심이 그대로 배어난 114편의 시를 완성했다.
김 시인은 이달 초 서툴고 어색하고 논리적이지 못한 아이들의 시에서 받침과 띄어쓰기, 행 갈이만 고친 뒤 동료 교사들과 함께 돈을 모아 시집 150부를 찍어냈다.
김 시인은 "아이들의 생각을 소중하고 귀하게 가꾸려는 것이 글을 쓰게 하는 목적"이라며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숨은 능력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2000년 임실군 운암면 마암분교에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달팽이는 지가 죽이다', '학교야 공차자' 등의 시집을 냈으며 2003년에는 덕치초교로 옮겨 자신의 산문과 아이들의 크레파스 그림을 한데 묶은 '꽃을 주세요'를 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