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동조합은 8일 성명서를 통해 최동수 조흥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통합을 앞두고 조흥은행의 입지를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최 행장이 이번에 문책적 경고를 받으면 현 임기 만료 후 연임을 할 수 없으며 3년 간 금융회사 재취업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최 행장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은행장 후보군에서도 완전히 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 논의과정에서 발언권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흥銀 노조 의혹 제기 = 조흥은행 노조는 성명서에서 "최동수 조흥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CD사고 관련 중징계 방침은 신한금융지주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고규모를 고려할 때 최 행장에게 문책적 경고가 내려진다는 것은 또 다른 사고 당사자의 대표가 주의적 경고를 받는 것에 비하면 무거운 수준"이라면서 "이는 통합을 앞두고 최 행장의 발언권을 대폭 축소시킬 것"이라고 내다 봤다.
노조는 또 "은행이 직접 나서 단순 가담범이었던 직원을 중국에서 데려와 자수시켰음에도 당국은 조흥은행장에게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려 하고 있다"면서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최 행장의 상무 시절의 일까지 들춰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과거와는 달리 이번 사건에 대해 신한지주는 자회사 임원의 징계수위를 낮추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이번 사건에 대해 감독당국도 평소와는 달리 징계대상자에 대한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양 은행장 처벌수위 적정성 논란 =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 오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최동수 조흥은행장에 대해 각각 '주의적 경고'와 '문책적 경고' 처분을 내릴 전망이다.
금감위는 지난달 2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위와 같은 징계를 내리기로 의견을 모은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양천식 부위원장 주재로 실무자 합동간담회를 열어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유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고 금액과 규모, 범행 주도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최 행장에게 더 무거운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게 쟁점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백억 횡령한 고교 동창" = 국민은행 오목교지점 소속 신모 과장과 조흥은행 면목남지점 김모 차장은 지난 5월과 6월 모 토지신탁회사가 의뢰한 CD 발행건에 대해 미리 준비한 가짜 CD를 내주고 진본 CD는 편취한 뒤 사채시장에서 할인,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각각 650억원과 200억원씩 총 850억원 가량을 횡령했다.
고교 동창 사이인 이들은 범행 직후 가족과 함께 동남아 지역으로 도피했으며 은행측의 설득으로 귀국, 경찰에 자수한 김 차장과는 달리 국민은행의 신 과장은 아직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나친 감 없지 않다"-"적법절차 따라 결정할 터" =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은행권은 대체로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사건은 국민은행 직원의 주도하에 이뤄졌고 사고 금액과 사후 대응 활동 내역 등을 고려할 때 조흥은행장에 더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도 "사건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최동수 행장에 대한 징계수위가 더 높게 책정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당국의 징계는 해당 은행을 둘러싼 다른 현안에도 큰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신중히 결론지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올 상반기 내부직원에 의한 400억원대 지급준비예치금 횡령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수백억원대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은 내부통제에 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준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이 사안과 관련, 현재 시장에 유포되고 있는 내용들은 소문일 뿐"이라면서 "관련 규정과 적법 절차에 따라 해당 은행장들에 대한 징계수위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