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총수 일가, 통행세 법인에 '일감 몰아주기' 혐의
변호인 "대가성 지원 없었고, 통행세 거래 해당 안돼"
검찰 '통행세 지분 차익으로 경영권 유지·승계자금' 의심
◆…LS 로고. (사진 = LS그룹 홈페이지)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약 14년간 21조원 상당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등 LS 총수 일가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 부장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구자홍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측은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거나 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식 재판에 앞서 열리는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구자홍 회장 등 총수 일가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LS 총수 일가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투는 부분이 있다"며 "대가성 지원 행위가 아니었고, 통행세 거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며, 구체적인 입장은 향후 공판에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관련 행정소송의 선고를 지켜본 뒤 형사사건을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행정 사건이 오는 27일 종결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0월 말 재판이 마무리돼 11월에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형사사건은 행정사건과 별개의 사건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기소된 시점부터 시간이 상당히 흘렀고, 행정소송 내용을 원용할 것도 아니라서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행정소송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10월 13일 2차 공판준비로 진행되고, 양측이 프레젠테이션(PT)을 할 예정이다.
LS와 LS니꼬동제련·LS전선, 구자홍 회장 등은 통행세 법인을 만들어 약 14년 동안 21조원 상당의 국산 전기동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2005년 12월 통행세 법인인 LS글로벌 인코퍼레이티드를 설립한 뒤 200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LS글로벌에 17조원 상당의 국산 전기동 223만톤을 할인된 가격으로 몰아줘 약 1500만 달러(168억여원)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LS전선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2006년 1월~2016년 12월 통행세 법인으로부터 38만톤의 수입 전기동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높은 마진을 지급해 약 870만 달러(87억여원)을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LS 총수 일가 12명이 그룹 내 지배 비율에 따라 LS글로벌의 지분 49%를 취득한 뒤 일감 몰아주기로 법인을 키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통행세 법인의 지분을 사들인 다음 LS에 주식 전량을 약 98억원에 매각하며 얻은 차익을 경영권 유지 및 승계 자금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LS그룹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LS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LS니꼬동제련 도석구 대표이사는 LS 총수 일가의 양도소득세 탈루를 도운 혐의로 다른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도 대표는 2008~2015년 LS 재경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총수 일가를 대신해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 간 주식매매에 적용되는 할증 규정을 피하는 방식으로 약 8억200만원의 양도소득세 탈루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