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노동존중사회' 추구 상징적 표현 "늦은 추서지만, 보람"
"열사 분신때 고3, 노동운동에 눈뜨는 계기됐고 노동변호사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분신 50주기를 맞은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를 맞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식 후 가진 환담에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고 하자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훈장 추서식을 갖고 전태일 열사 유족들과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전 열사가 활동했던 '삼동친목회' 회원들과 환담을 나눈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노동현장의 열악함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0년 걸렸다.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독학하다가 어려운 국한문혼용체에 한탄하며) '나에게 근로기준법을 가르쳐 줄 대학생 친구 한 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에 저는 고3이었다.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나중에 노동변호사가 됐다"고 했다.
이어 "저는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낀다"며 "군사정권에서 끊어졌던 노동운동이 전태일 열사를 통해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며 "하루 14시간-주 80시간 노동이 연 1900시간 노동으로, 하루라도 쉬게 해 달라는 외침이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 호소가 최저임금제로 실현됐다.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태삼씨는 "국민들이 잊지 않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고, 전순옥 전 의원은 "대통령의 노동존중이 없었다면 새로운 노동의 역사를 쓴 이런 날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막내 동생인 전태리씨도 "오빠의 죽음에 의미를 심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아까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얘기했는데, 분신 후 수없이 많은 전태일이 살아났다"며 "노동존중 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추서된 훈장은 오는 13일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묘역에서 열리는 전태일 50주기 추도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영전에 헌정되고, 이후 전태일기념관에서 보관·전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