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평화시위 정착 위한 고민부터"
농민사망으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동반사퇴함으로써 경찰이 `책임론'을 사실상 자인한 가운데 전·의경 부모들이 7일 `폭력시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서 `민(民)-민(民) 갈등'이 우려된다.
시위 농민의 사인(死因)과 책임자 처벌을 놓고 정부와 농민·시민단체가 한달 반 이상 첨예하게 대립과 반목을 겪은 끝에 겨우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 다시 농민과 전의경 부모 간 갈등이란 불씨로 재점화되면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 2명의 희생이란 대가를 치른 사회적 경험을 `평화시위문화 정착'이라는 긍정적 에너지로 수렴하기보다 자칫 민민 간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한 전의경 부모들은 폭력시위에 대한 항의집회를 7일 개최하겠다는 뜻을 굳힌 상태이다.
이들의 집회 계획은 최근 치안총수의 자진사퇴로 인해 경찰이 `폭력진압'의 멍에를 쓰면서 일방적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반발심리에다 불법·폭력 시위를 더이상 용인하지 말자는 자발적 요구에서 출발했다.
카페 운영자는 카페에 올린 글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살인마' 소리까지 듣는 우리 아들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자"며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고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집회 장소와 시각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조만간 집회신고를 할 예정이며 집회시 `불법시위 추방'을 요구하는 전단지와 불법시위 화면 자료를 전시하고 폴리스라인 준수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의 동반사퇴와 이를 초래한 농민·시민단체에 대해서도 항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동안 농민사망에 항의하는 대정부 집회를 주도해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부상 전의경을 위문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들 부모의 격한 감정을 달랬다.
전농 관계자는 "농민뿐 아니라 시위를 명령에 따라 진압해야 하는 전·의경도 피해자"라며 "회의를 거쳐 대표단이 부상 전촵의경을 위문하는 방안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압 경찰도 모두 자식과 다름없는데 대승적 차원에서 이들의 아픔도 끌어안아야 하며 양측 모두 평화시위 문화를 정착하는데 노력하는 것이 돌아가신 농민 두분에 대한 올바른 도리"라고 강조하면서 민-민 갈등을 경계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권위주의 시대의 경찰은 `원죄의식' 때문에 시위대가 사망하면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사회가 민주화하면서 경찰 역시 임무수행에 정당성을 확보해 `우리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그러나 "폭력동원 진압과 폭력시위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경찰과 시위단체 양측이 해결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