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측과 협의 거쳐 사퇴로 방향 선회
유명희 "강한 지지 보였던 미국, 제 결정 존중해줘"
文대통령의 총력 지원 등 아쉬움 있지만, '국가 위상' 올리는 성과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무역기구(WTO) 리더십 공백 장기화 등 WTO 미래를 위해 사무총장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유명희 지원회의' 모습 ［사진=청와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세계무역기구(WTO) 리더십 공백 장기화 등 WTO 미래를 위해 사무총장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유명희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 사무총장 선출 문제에 대해 회원국들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후보직을 유지하면서 컨센서스(의견합의) 도출을 기다려왔다"며 "그러나 최종 결선 결과 발표 후 수개월 지났음에도 합의를 못 하면서 WTO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고, WTO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저는 WTO의 컨센서스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굳건한 동맹국인 미국 등과의 긴밀한 조율과 협의를 거쳐 사퇴를 결정했다"며 "저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였던 미국은 저의 결정을 존중해줬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이를 발판으로 WTO가 현재의 리더십 공백을 조속히 회복해 다자무역 질서 회복, 제12차 각료회의 성공적 개최 등 주요 과제들을 하루빨리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차기 사무총장에게 당부했다.
그는 이어 “WTO는 현재 적지 않은 과제에 직면해 있고, 개혁 성공 완수와 코로나발 경제위기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극복을 위해서도 세계무역을 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기후변화, 환경.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이슈에 대한 WTO 차원의 고민도 시급한 실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 지구적인 과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우리 통상 분야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국제사회의 관련 논의에 적극적·능동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면서 “이번 사무총장 선거에서 높아진 대내외 기대치에 부응하면서 우리 국가적 위상을 더 높여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사무총장 출마선언 이후 4개월 동안 몹시 분주하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총력지원이 2명의 후보자가 되는 데 원동력이 됐고, 국민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WT0는 지난해 10월 28일 다수 의견으로 유 본부장과 경쟁관계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추대했으나 당시 트럼프 미국정부가 제동을 걸자 사퇴를 하지 않고 이날까지 석 달여 이상 기다렸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출범한 새 행정부가 국제사회의 다수 의견을 존중하는 외교정책을 기본 노선으로 삼자 이에 호응하기 위해서 협의를 거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WTO사무총장 선거 지원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유 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승리를 위해 '친서 외교와 함께 정상 통화'를 통해 최대한 유 후보자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유 본부장에 대한 총력 지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호주, 러시아, 독일, 브라질, 말레이시아, 캐나가, 인도 등 국가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통한 지지를 요청했다.
유 본부장의 사퇴로 우리나라 최초의 WTO 사무총장 탄생은 물 건너간 형국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나라 통상분야 영향력과 국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