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2일 '김학의 사건' 수원지검 재이첩 결정
김진욱 "공수처 제정 취지 고려, 현실 여건 외면 못 해"
내주 중 공식 재이첩…검찰, 이성윤 재소환할 듯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의 검찰 재이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2일 '김학의 출금'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한다고 밝혔다. 아직 공수처 검사 등 수사인력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수사팀 구성 완료 후 사건을 다시 넘겨받거나 기소만 행사할 여지는 열어뒀다.
김 처장은 11일 공수처 페이스북에 "현재 공수처가 구성 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고심 끝에 구성될 때까지 이 사건을 검찰 수사팀에 다시 이첩해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여러분의 너른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일 먼저 고려한 것은 공수처라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공수처법이 제정된 취지"라며 "공수처는 바로 이런 종류의 사건을 수사하라고 만들어진 제도이고 특히 공수처법 제25조 2항은 소위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문제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공수처가 현재 검사와 수사관을 선발하는 중으로 3~4주 이상 소요될 수 있으므로,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재이첩 배경을 설명했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를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수사기관 재이첩 방안'에 대해서도 김 처장은 "다른 수사기관, 특히 검찰에서 수사인력을 파견받아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면서 "경찰이나 검찰에 이첩하는 방안인데, 특히 경찰에 이첩하는 경우 경찰의 현실적인 수사 여건, 검찰과 관계에서의 그동안 사건처리 관행 등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사건 수사가 지연되면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처장은 "수사는 공정해야 하는 동시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며 "설립 초기의 공수처가 수사팀 구성을 위해 3~4주를 소요하면서 동시에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한다고 하는 게 자칫 공수처 수사에 대해 불필요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거나 이로 인해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 김진욱 "수사팀 완성되면 다시 이첩 요청할 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한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김 처장은 사건을 다시 가져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공수처 구성이 마무리되면 사건을 다시 가져올 수도 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공수처법 24조 1항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를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게 돼 있다"며 "수사팀이 완성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되 공소제기만 공수처가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김 처장은 "그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만약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를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한 공수처법 25조 2항이 '전속 관할권'으로 해석되면 다른 수사기관이 공소제기 하는 게 부적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에 이 사건을 넘기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선 "검찰과 경찰 간 수사지휘 등 관행을 말한 것"이라며 "그런 관계에 대해서도 검찰, 경찰, 공수처 간 정리할 부분이 있어 3자간 협의체를 통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첩 문제를 포함해 기소 관련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검사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지 않겠다는 취지는 아니라며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김 처장은 "이 사건은 외압을 받았다는 사람도, 했다는 사람도 검사라는 점에서 검찰 내부 수사·지휘·보고 체계를 잘 아는 사람이 수사도 잘 할 수 있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 '김학의 사건' 검찰 수사, 어떻게 진행되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학의 사건'을 다시 검찰에 넘기면서 앞으로 수사를 담당한 수원지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관련인들을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공수처의 '김학의 사건' 검찰 재이첩 결정에 따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의혹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 현직 검사 사건은 애초 수사를 맡았던 수원지검으로 넘어가게 됐다.
공수처는 사건 검토 기간 중 받은 변호인 의견서 등을 첨부해 다음 주 초쯤 검찰로 사건을 재이첩할 방침이다. 수원지검이 수사를 맡아왔고, 공수처에 넘긴 사건 기록도 사본으로 알려진 만큼 수사를 재개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해왔던 이 지검장도 다시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 금지 의혹을 맡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고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수원지검은 지난 3일 이 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등 현직 검사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은 이날 오전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된 사건 중 검사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이첩되자 사건 당사자인 이성윤 지검장은 공수처에 이첩된 사건은 검찰이 되돌려 받을 수 없다며 공수처의 직접 수사를 요구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 2일 검찰이 법집행기관으로서 위법한 수사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수원지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