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택스갭 추정모델 고도화' 연구보고서
그간 많이 쓴 '탑다운' 방식 아닌 '바텀업' 제안
"세부 업종별 탈세 등 위험 선제적 감소시킬 것"
징세행정에 활용 가능성 커…실무 반영엔 중장기
국세청이 부가가치세 '택스갭(Tax Gap, 마땅히 부담해야 할 세금과 실제로 납부한 세금의 차이)' 관련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추정 모델을 고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택스갭 추정에 한계가 있었던 업종별 '납세불응도' 수준을 가늠하려는 게 주된 목표다. 택스갭 규모로 사업자들의 전반적인 탈세 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되는 산업·업종에 대한 정밀한 '세무검증'이 예고된다.
27일 조세일보가 입수한 조세재정연구원의 '부가가치세 택스갭 추정 모델 고도화' 연구 결과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은 그간 부가세 택스갭 추정에 많이 사용됐던 탑다운(Top-down) 모형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모형을 제안했다.
탑다운 모형은 위에서 아래로 보는 즉, 우리나라 전체 경제를 총량으로 잡는다. 국민계정의 소비지출 자료를 사용해서 이론적 부가세 부담값을 구하고, 이론적 부가세 부담에서 실제 징수한 부가세수입을 차감해서 택스갭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 모형으로 추정(2017년)한 부가세 택스갭 규모는 2011년 현재 11조7000억원(11조6527억원)에 달한다. 3대 세목(소득세 6조7000억원~8조원, 법인세 5조9000억원) 가운데서 가장 많다.
연구원이 제안한 바텀업 방식은 개별 미시 납세자료를 핵심으로 삼는다. 부가세 신고자료와 경정 자료가 택스갭 추정에 출발점이 된다는 소리다. 이때 예측 작업에 두루 사용되고 있는 '기계학습' 방법론을 적용해서 신고자료의 참값을 추정하고, 이를 이론적 부가세 납부세액으로 판단한다. 이후엔 실제 신고자료의 납부세액과 비교해서 택스갭 비율을 계산하는 구조다.
연구원은 이를 통해 기존 탑다운 방식에서 한계가 있었던 세부 업종에 대한 부가세 택스갭 비율을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세부 업종별로 탈세 등 위험을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고, 납세 행정 비용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 세목에 대한 택스갭 추정을 관심 있는 세부 단위로 좁힐 수도 있다.
2017년 이후엔 부가세 택스갭 측정(2011년 기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무행정·과세시스템이 개선되면서 사업자들의 탈세 가능성은 줄었을 것이란 관측이 있으나, 여전히 과세당국의 눈을 피한 '세원 사각지대'가 넓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재정포럼에서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언급하며 "개인사업자는 세무대리인의 사전검증을 피하기 위해 연간 수입금액을 기준금액 이하로 내릴 유인이 있다"고 했다.
연구결과가 징세 행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금탈루 규모, 추세, 원인 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표인 택스갭 추정 방법을 고도화해서 추정결과를 실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다만, 곧장 실무에 반영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택스갭 추정 능력을 높이려면 그만큼 방대한 자료가 필요한데, 이때 외부(연구기관 등)에 과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