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370조원 中 헝다, “6개월 내 구조조정 하겠다”...채권단과 첫 회의

"채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해관계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구조조정안 마련할 것"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인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26일(현지시간) 채권자들과의 회의에서 6개월 안에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요청했다.

헝다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에서 채권자들과 통화로 회의를 진행했다며 향후 6개월 안에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1일 한 역외 채권단이 헝다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지 나흘 만이다. 헝다는 이틀 전인 24일에도 “채무 조정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 당국은 광둥성 정부 관계자들과 국유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한 리스크 관리위원회를 통해 사실상 이 회사를 직접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3일에는 샤오언(肖恩) 헝다관광그룹 대표를 상임이사로, 량썬린(梁森林) 신다자산관리주식유한공사(信達資產管理股份有限公司·중국신다) 회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해 통제권이 한층 더 강화됐다.

이날 헝다는 “현재 회사의 사업 부문과 자회사에 대한 실사를 완료하기 위해 감사인을 투입해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채권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샤오언 이사는 이번 회의에서 “헝다 이사회와 리스크 관리위원회가 함께 각종 방안들을 검토하며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채권인들이 모든 이해 관계자의 상호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과도한 법적 조치’는 취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통화로 헝다와 회의를 한 채권자는 “헝다가 구조조정 계획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헝다 측이 너무 수동적이어서 결국은 중국 정부가 개입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과 관련된 건설 노동자와 분양 고객 등을 우선 구제할 계획이라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광둥성 정부는 오는 3월까지 헝다의 채무조정안을 확정 지을 방침이다.

헝다는 지난해 12월 6일까지 지급했어야 할 달러 채권 이자 8250만 달러(약 984억원)를 내지 못해 공식 디폴트를 선언했다. 작년 6월 말 기준 헝다의 총 부채는 1조9665억 위안(약 37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역외에서 발행된 달러 채권 규모는 192억 달러(약 23조원)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