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양도세 폐지 공약 ‘뜨거운 감자’...찬반 근거는?

尹, 주식양도세 전면 폐지+증권거래세 유지 공약
“폐지 찬성”...‘큰손’ 잡아야 증시 활성화
부자감세, 조세원칙 위배...“주식양도세 유지해야”
여야 합의로 법 개정 성공할지 관심

내년부터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법에 따르면 주식, 펀드,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의 합산 순이익이 5000만원을 넘는 경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20~25%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대신 증권거래세는 소폭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개인투자자들은 개인들의 세 부담이 증가하고 ‘큰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날 것이란 이유로 주식양도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님 주식양도세 폐지 꼭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게시글에 1972명이 동의를 표했다. 청원인은 “현재 돈 좀 있는 사람들은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저평가되고 시장규모가 축소될수록 개미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호소했다.

회원 5만명을 보유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통해 주식양도세 시행을 막아야 하는 11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한투연은 주식양도세를 부과하면 ‘큰손’들이 미국증시나 부동산시장으로 떠날 것이며 거래세 인하는 외국인·기관의 단타를 조장해 개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주식투자자 상당수가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을 보고 윤 당선인에게 표를 행사했다”며 “주식양도세 폐지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침체를 막기 위한 혁신적 민생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식양도세를 폐지하면 대주주가 연말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시장 왜곡이 사라지고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윤제선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현행 주식양도세 제도는 시장참여자들의 의사결정에 심각한 왜곡을 불러오고 있다”며 “주식양도세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모두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학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은 최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차익 과세 둘 중 하나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래세는 이미 익숙해져 있기에 심리적으로 장을 더 악화하는 것은 양도세라고 본다”며 “양도세 폐지가 현시점에서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거래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부과될 경우 개인투자자의 신규자금 유입과 증시 활동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세수안정 측면에서는 거래세를 유지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프로TV로 잘 알려진 김동환 이브로드캐스팅 이사회 의장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래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매기는 건 이중과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세가 없어지면 시스템 트레이딩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기법에 많은 융통성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일반 투자자들은 이러한 프로그램 매매, 선물옵션매매에 영향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주식양도세 폐지 안돼...부자감세, 과세형평성 저해

반면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에 반대하는 이들은 ‘형평과세’와 ‘조세원칙’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주식양도세가 전면 폐지되면 개인투자자보다는 그동안 과세대상이던 대주주가 더 혜택을 받게 되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지난달 3일 논평을 내고 주식양도세 폐지가 ‘부자감세’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측은 “기존 주식양도세는 상위 10% 주식 부자에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를 폐지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고 조세의 사회적 재분배 기능을 축소할 것”이라며 “또 재벌기업이 비상장회사를 이용해 상속·증여하는 우회로를 만드는 것을 견제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역시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은 대부분의 개인투자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연간 매매차익 5000만원을 넘는 자산가를 위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주식양도세 전면 폐지가 과세 불공평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주식양도세와 비교하면 상속·증여세율이 월등히 높기에 지배주주가 배당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양도세 전면 폐지로 인해 지배주주의 승계 방정식이 ‘일감 몰아주기→주식 매도를 통한 현금화’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배당에 대한 분리과세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 전문가들은 대체로 주식양도세는 유지하고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은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이 있으면 조세가 따르는 것이 원칙이나 증시 안정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주식양도세를 완화, 중지할 수도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주식양도세를 유지하고 증권거래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중장기적으로 주식, 부동산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주식, 부동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현행 세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투자소득세는 현실적으로 시행을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장기적으로는 별도의 양도차익 과세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금투세 시행되는데...법안 개정될까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왔는데 윤 당선인이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한 만큼 법안이 폐지·수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업계 질의 사항에 대한 검토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법안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세표준, 공제한도, 세율 등 주요 내용이 법률에 명시돼 있어 법률 재개정이 필요한데 정책의 우선순위가 부동산 관련 법안에 있는 것으로 보여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며 “실제 양도세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만으로는 공약 추진이 불가능해 주식양도세 폐지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며 “다만 대선 화두 중 하나가 ‘감세’였던 만큼 여야가 전격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간동아 기고문에서 “주식양도세 전면 폐지보다는 양도차익 과세금액 기준 상향, 특정 소득 분위 한정 등 부분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국내 개인투자자를 배려한 시장 친화적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