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정사무 민간위탁 조례, 대법원 집행정지 신청 인용

사업비 결산서 검사, 세무사도 가능토록 한 서울시의회

서울시, 지난달 25일 대법원에 "조례 멈춰 달라"

공인회계사만 할 수 있던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조례가 대법원의 벽에 막혀 정지됐다.

지난 3일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안'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당초 조례에 따르면 행정사무 수탁기관은 매 사업연도 마다 사업별로 결산서를 작성하고 시장이 지정한 외부감사인(회계법인 또는 공인회계사)에 의한 회계감사를 받아 시장에게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2일 회계감사의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고, 공익회계사(회계법인) 또는 세무사(세무법인)를 사업비 결산 검사인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무사가 기존 회계사만 할 수 있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0일 금융위원회는 서울시에 재의요구를 지시했다.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공인회계사법 제2조(직무범위)에 따른 공인회계사의 고유직무인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사무수탁기관이 작성한 결산 관련 서류에 대해 독립된 제3자가 검증하는 것으로 회계감사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조례안은 다른 법률의 근거 없이 회계사의 고유직무를 세무사에게 허용해 공인회계사법 제50조(업무의 제한)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공인회계사법은 다른 법률의 근거 없이 공인회계사가 아닌 자가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조례안에 따라 서울시장이 지정한 세무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

올해 1월 10일에는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8일 시의회는 조례안 원안을 가결했고, 같은 달 25일 서울시는 대법원에 제소 및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번 대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인해 본안 판결까지 해당 조례안의 효력은 정지된다.

한편, 경기도의회도 2019년 같은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지만 금융위가 재의요구를 지시한 바 있다. 경기도의회는 아직 조례를 재의결하지 않은 상황이다. 내달 지방의회 임기 종료 때까지 재의결하지 않은 조례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