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증권사 IB 수익 30%↑...부동산PF 강한 중형사 ‘두각’

매수합병 한투, 인수주선 KB, 채무보증 하이 선두
하이 다올 BNK, 채무보증 수익 급증
IPO시장 침체에 LG엔솔 주관사 눈길

2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개 증권사의 1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IB관련 수수료 수익은 1조528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조1756억원보다 30% 늘었다. 수탁수수료 수익이 42.2% 감소한 데 반해 IB 수익은 오히려 증가하며 증권사의 사업 다각화를 증명했다.

이번 조사의 IB관련 수수료 수익은 인수 및 주선 수수료, 매수 및 합병 수수료,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의 합으로 산정했다. 인수주선 수수료는 IPO(기업공개)와 회사채 발행, 매수합병은 M&A, 채무보증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과 관련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IB부문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1632억원에서 1712억원으로 늘어나며 업계 1위를 유지했다. 매수합병 수수료는 전년 대비 20% 늘어난 123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인수주선은 45% 감소했는데 대표 주관을 맡은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등이 IPO를 철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ECM(주식발행시장)에서 IPO 7건, 유상증자 3건을 수행했고 DCM(채권발행시장)에서 여전채를 중심으로 우수한 회사채 발행 실적을 달성했다”며 “부동산PF의 경우 우량사업장 주관 확보로 수익이 소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인수주선 수수료가 179% 증가한 데 힘입어 IB관련 수익이 1339억원으로 늘었다. KB증권은 올해 유일한 IPO 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 주관을 모건스탠리와 함께 진행했다. 회사 측은 “대우건설, 두산공작기계 등 대형 인수금융 딜을 수행했고 ECM과 DCM에서 시장을 선도하며 ESG 채권 발행 1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금융과 관련해 523억원의 수익을 내며 전년 대비 6.6% 감소한 106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강점이 있는 부동산PF 대출, M&A 인수금융 등 IB 업무 노하우를 유지하는 한편 M&A자문, 재무적 투자자 알선 등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 부동산PF에 강점을 가진 중형사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은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51%, 56%, 2180% 늘면서 IB 부문 수익도 증가했다. 부동산PF는 개발사업 자체의 사업성을 보고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채무보증 수수료로 전년 대비 51% 많은 659억원을 벌어들이며 IB 관련 수익이 737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PF에 두각을 보여온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채무보증 부문에서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보다 많은 수익을 올렸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금융 부문의 지속적인 호조에 따라 PF 수익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회사채 및 IPO 인수단 참여, 공모 리츠 대표 주관 등 IB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이 부문에서 전년 대비 52.4% 증가한 686억원을 벌어들였다. 다양한 실물자산에 대한 금융자문 및 인수에 강점을 지녀 대체투자 분야에서 우수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BNK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605.2% 증가율을 보이며 전년 30위에서 1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BNK투자증권은 작년 하반기 장외파생상품업 인가를 받은 이후 채무보증 수수료로 2180% 증가한 44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회사 측은 “금융지주의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품 및 업무영역을 확대했다”며 “계열사 간 CIB(은행·증권 통합금융회사)를 바탕으로 IB 고객에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4위 하나금융투자는 전년 대비 27.7% 증가한 90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매수합병 부문에서 193% 증가율을 보이며 활약했다. 회사 측은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외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 및 기업 지분투자로 견조한 실적을 냈다”며 “2분기에는 국내 인수금융·지분투자를 확대해 수익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852억원)과 삼성증권(559억원)은 IB관련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각각 11.4%, 6.2% 감소한 모습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지트로닉스, 비씨앤씨 등 IPO 및 유상증자와 함께 다수의 PF 딜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측은 “일부 딜 지연에도 불구하고 구조화금융에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476억원), 현대차증권(469억원), 미래에셋증권(434억원), 키움증권(430억원) 등이 IB 관련 수수료 수익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대신증권(393억원)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공동주관에 힘입어 인수주선 수수료 수익이 219% 급증했다.

부동산PF를 비롯한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이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미분양사태가 발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할 경우 부동산PF 대출 채권이 부실화되고 매입을 보증한 증권사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위험관리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적절한 위험관리를 유도할 수 있는 규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업보고서에 부동산PF 관련 위험요인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해 증권사들의 부동산PF 위험관리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부진이 심화하면서 IB의 역할이 부각되는 양상”이라며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부동산PF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면 증권사 실적과 주가의 재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