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R&D 비용 34.9%↑… 매출 증가율 27.5% 웃돌아
크래프톤, 투자 규모로는 가장 많은 576억원 늘려
엔씨소프트, 8대 게임사 중 유일하게 연구개발비 감소
애널리스트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2~3년은 매진해야”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1분기 연구개발비를 2배 이상 늘리며 8대 게임사 R&D비용 지출 순위를 5위로 한단계 끌어올렸다. 금액 기준으로는 크래프톤이 전년 동기 대비 576억원 많은 1221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투자 규모를 가장 크게 늘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8대 게임사의 지난 1분기 합산 연구개발비는 5331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3952억원에 비해 3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27.5%를 훨씬 웃돌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분기 연구개발비로 283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보다 127.9% 급증한 실적을 보였다. 이 회사의 암호화폐 토큰 ‘보라 2.0’을 접목한 10종의 블록체인 게임이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자사 및 개발 자회사들이 진행하는 PC와 모바일 게임 개발과 퍼블리셔로서 게임 개발과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서버·클라이언트 환경 구축을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의 첨단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게임 외에 신사업 영역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가 R&D비용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1%에 그쳐 8대 게임사 가운데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1221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어 전년 동기의 645억원보다 89.4% 증가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8대 게임사 가운데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늘렸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회사 내 연구개발을 위한 다양한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올해의 경우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딥러닝 등의 신기술과 신규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마블은 전년 동기보다 35.9% 늘어난 1771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업계 1위를 지켰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8%로 펄어비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넷마블은 모바일과 PC 게임에 토큰, NFT, 송금, 거래, DeFi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능을 제공하는 마브렉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넷마블은 최신 AI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게임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사용자 맞춤형의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 플레이어 프로젝트 △게임 내 밸런스 테스트의 커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밸런싱 검증 프로젝트 △게임 내 유저 활동성 개선을 위한 유저별 맞춤 추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전년 동기보다 0.5% 줄어든 1274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면서 업계 2위를 지켰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5%에서 16%로 줄었고 8대 게임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R&D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AI, 데이터, 비주얼,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TL', '프로젝트E', ‘프로젝트M’ 등 신규 IP 5종을 공개하며 신작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자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신작의 개발 과정을 공개하는 '오픈형 연구개발'로 이용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더욱 완성도 높은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메이드는 지난 1분기 114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전년 동기보다 89.4% 증가한 실적을 보이며 연구개발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위메이드의 계열사 위메이드플레이는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체 가능한 토큰(FT)과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게임 내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이번 연구개발비 증가는 최근 블록체인 사업 관련 인력 채용 등을 비롯해 위믹스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에 지출을 늘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1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1분기 연구개발비로 332억원을 투자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36%에 이르렀다.
펄어비스는 차세대 엔진과 제반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신작 개발 및 이에 필요한 자체 엔진 기술 고도화 등 제반 기술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투스는 1분기 261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전년 동기보다 36.4% 늘어난 비용을 투입했다. 컴투스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 및 출시하는 데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컴투스 관계자는 “기존 게임의 지속적인 안정화와 고도화는 물론 신규 게임과 메타버스 사업 추진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면서 “스마트폰 3D 렌더링 그래픽스 엔진 고도화 연구개발, 통합빌드 고도화 연구 등 다양한 R&D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블유게임즈는 전년 동기 대비 33.2% 늘어난 76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더블유게임즈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는 경상연구개발비와 인건비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며 “게임 개발 및 관련 제반 기술에 대한 연구를 전담하는 한편, 기존 게임의 개선과 신규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관련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고 애쓰기보다 2~3년 동안 길게 준비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지난해 5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에는 6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면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블록체인 게임의 시장 침투율도 2.3%에서 19.3%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아직은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블록체인 요소를 입혀 상반기 내 출시해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게임이 메타버스의 주요 플랫폼이 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거래가 현실처럼 활발해지고 인게임 광고까지 활성화되면 게임사 수익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최소 2~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앞으로 블록체인 사업 관련 연구개발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블록체인 개발 인력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 △전반적인 상승 추세인 개발자 임금 △P2E게임 특성상 대규모 유저 수용이 가능한 서버 구축 비용 △국내 규제에 따른 내수용과 글로벌 버전 투트랙 개발로 인한 비용 증가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