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의 정신이었던 인내천(人乃天) 사상(사람이 곧 하늘이다)은 낡은 관습과 부패한 정치를 제거해,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농민들의 강한 의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었다.
우리 나라 근대사에 수 많은 영향력을 가한 동학농민운동은 부패한 양반의 지배구조에서 파생되어 나온 가혹한 세금제도를 견디지 못한 농민들의 '단순한'(?)저항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다.
19세기 후반 조선은 통치질서의 파탄을 맞았고 농민들은 가혹한 수탈에 시달렸다. 더욱이 산업의 전부가 농업이던 때 농업의 중심지였던 호남지역의 농민들은 보다 극심한 수탈을 겪어야 했다.
전라도 고부 지방(지금의 정읍시) 군수인 조병갑은 농토가 아닌 곳에도 세금을 매기고, 죄없는 사람에게 불효·불목(不睦)의 죄를 씌워 벌금을 강요하며, '만석보'라는 보를 쌓아 물세(水稅)를 거두는 등의 만행을 저질러 농민들의 불만을 샀다.
혹세무민을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1894년 1월 10일 '녹두장군' 전봉준의 주도하에 농민들은 죽창과 농기구로 무장, 탐관오리 조병갑이 머물러 있던 고부관아를 급습했다.
농민들은 관아 무기고에서 총검을 꺼내 무장하고, 만석보를 헐어버리고 물세로 빼앗긴 곡식을 되찾아 빈민들에게 나눠줬다. 불법징수된 세금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은 것이다.
이 같은 조세에 대한 불만은 농민군이 조정에 제시한 '폐정개혁 12조'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폐정개혁 12조에는 '무명의 잡세는 일체 폐지한다'고 단단히 못 박았다.
이처럼 새로운 사회구조를 꿈꾸게 만들었던 동학농민운동은 외세와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다.
동학농민운동의 심장이었던 녹두장군 전봉준은 황토현 전투, 장성 전투 등을 통해 진압군을 격퇴하는 등 개가를 올렸지만 우금치 전투와 태인 전투에서 패배, 결국 체포되어 처형을 당했다.
결과론적으로 동학농민운동은 실패로 끝이 났다. 그러나 단순한 실패가 아닌 '의미 있는 실패'였다. 이 후 조선 내정 개혁의 출발점이 된 갑오개혁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며 동아시아 국제 정세를 뒤바꾼 청·일 전쟁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