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 사유재산 보유한도 제한‥"헌법정신 위배"
지난해부터 시행된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한 위헌논란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30일 대한민국 대표 '부촌(富村)'인 강남 지역 주민(타워팰리스, 동부 센트레빌 등) 85명이 서울행정법원에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과 함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제기했다.
특히 집단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위헌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종부세를 둘러싼 위헌논란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해졌다.
최근 헌법재판소로부터 각하결정을 받았던 종부세 권한쟁의심판과는 양상이 다른 적극적 '종부세 조세저항'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다.
주민들은 소장을 통해 조세이론적 측면, 헌법과의 상관관계 등 법적·이론적 측면에서 종부세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주민들의 주장만 놓고 보면 종부세는 '종합위헌세'나 다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 같은 부분에 대한 법적 검토가 끝났기 때문에 위헌논란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 종부세 부과처분 취소소송‥누가 왜 냈나?
서울행정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85명은 모두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치동 동부 센트레빌 등 고가주택에 거주하는 부유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제기한 소송금액은 종부세(본세)와 농특세를 합쳐 총 1억6500여만원. 개인별로 볼 때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1500여만원까지 종부세를 부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일부는 종부세 부과처분과 관련한 국세심판청구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세심판원에는 10건의 불복청구가 제기된 상태이며 사건 심리를 진행할 담당심판부 배정 등 절차가 마무리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법원도 소송을 담당할 재판부를 배정한 상태이다. 행정법원은 현재 국세심판원에 불복청구가 제기된 만큼 심판원의 결정을 지켜본 뒤 사건심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주민들이 주장하는 종부세 위헌성의 '실체'는?
주민들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법적, 이론적 측면에서 조목조목 종부세 제도의 위헌성을 따졌다. 종부세가 조세의 효율성과 중립성에 맞지 않고 세부담의 공평성 원칙도 무시된 세제라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특히 재산 보유자체를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종부세 제도는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와 같다는 주장이다.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아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
'이중과세'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주민들은 "재산의 보유단계에서의 과세는 지자체가 과세하는 재산세(지방세)와 국세(종부세)로 나뉘고 있는데 이는 2개의 과세주체가 동일한 과세객체에 대해 국세와 지방세로 나눠 2번 과세하는 격"이라고 밝혔다.
생존권 침해 소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1주택자에게도 예외 없이 종부세를 과세하는 것은 생존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노년층 1주택자로 오랫 동안 한 곳에서 생활을 해 왔을 경우 이들을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세금을 부과해야 할 필요성'보다 우선한다"며 "이 같은 관점에서 종부세법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종부세는 사실상 적용대상 지역에 살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헌법에 명시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세제이며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와 주택의 양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사유재산 보유한도 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울러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분배를 외쳤는데 결과적 평등을 꾀할수록 세금이 미치는 부작용은 더 커지고 경제효율은 더 망가진다"며 "헌법 가치와 이념에도 맞지 않고 역효과만을 나타내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세제"라고 강조했다.
□ 태연한 척(?), 그러나 촉각 곤두세운 정부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주도한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종부세 위헌을 둘러싼 주민들의 집단소송에 태연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향후 추이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특히 정부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중과세 부분,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부분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마친 상태에서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위헌논란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위헌논란의 핵심 중 하나인 이중과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가 6억원(최초 부과당시 9억원) 초과분(주택 등)에 대해 물리는 국세로 6억원 미만 분에 물리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구별되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종부세 도입당시 위헌성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고 국회에서도 이 부분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 하에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종부세 위헌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