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가 대한생명 매매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국제 중재를 신청하기로 하자 한화가 강력대응하기로 결정하고 예보가 이를 다시 반박하며 중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등 양측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예보 "중재가 해결책", 한화 "무혐의 판정, 법적 대응"
예보가 1일 한화의 이면계약은 대한생명의 정상적인 입찰을 방해한 행위로 매매 계약 무효 또는 취소 사유에 해당하다면 국제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히자 한화는 7일 긴급 이사회를 갖고 강경 대응 방침을 정했다.
한화는 대한생명 인수 계약에 따라 예보 보유 대한생명 지분 16%를 주당 2천275원에 매입할 수 있는 콜 옵션을 2007년말까지 행사할 수 있는데 이 권리를 조속히 행사하기로 했다.
또 예보의 중재 신청 계획 발표로 주가와 대외 신인도 하락, 임직원의 사기 저하 등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며 법적 대응도 강구하기로 했다.
한화는 이면계약을 의도적으로 속인 적이 없고 이와 관련해 법원의 1, 2심에서도 무혐의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예보의 중재 신청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예보는 8일 브리핑을 통해 이면계약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무죄라고 해서 민사책임을 피할 수는 없으며 이면계약 사실을 숨기고 응찰해 대한생명을 인수한데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재를 통해 해결할 문제로 중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화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예보 김기진 이사는 "한화의 이면계약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대한생명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한 정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중요한 심의 기준을 실질적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화가 이면계약을 통해 외형상 대한생명 인수 자격 요건을 갖춰 단독 입찰자가 되는 바람에 보험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한 다른 잠재 투자자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매각 무효보다 보상쪽에 무게
예보가 국제 중재를 통해 대한생명 매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매각 자체가 원천 무효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생명 매각 당시 한화 임원의 입찰방해와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한 법원 1, 2심 선고에서 입찰방해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곧 있을 대법원 판결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대한생명 매각 계약의 원천 무효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예보 또한 이런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예보 김기진 이사는 "중재는 법원과 달리 타협 등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라며 "콜 옵션 가격의 상향 조정이나 손실 보상 등 여러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보로서는 한화가 이면계약 사실을 숨기고 대한생명 입찰에 참여해 매각에 영향을 미친 만큼 매각 자체가 무효화되지 않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대한생명 지분 51%를 한화에 8천236억원을 받고 팔았지만 정치권에서 헐값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면계약 문제까지 그대로 넘어갈 경우 공적자금 회수 책임을 지고 있는 예보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현재 대한생명 주당 가치를 매각 당시 가치보다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고 상장 기대감도 일고 있는 상황에서 중재를 통해 한화의 콜 옵션 행사 가격이 상향 조정될 경우 예보는 공적자금 회수액도 늘리고 헐값 매각 논란도 잠재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