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때부터 컴퓨터에 흥미 보이며 부모에게 사용법 가르쳐
피그마 가치...지난해 100억 달러에서 올해 200억 달러 상승
"시장 여건 좋지 않아 기업공개(IPO) 포기하고 매각 결정"
◆…피그마 공동창업자 딜런 필드(왼쪽)과 에반 월러스 사진:브란운대 CS 뉴스 화면 캡처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Adobe)가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피그마(Figma)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피그마 공동 창업자인 딜런 필드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하기로 한 가격이 200억 달러(약 28조원)로 알려지면서 올해 서른 살인 필드는 창업 10년 만에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정확한 보유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브스는 필드가 회사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어도비의 위대함은 유기적 혁신과 인수를 통해 새로운 범주를 만들고 최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능력에 있다"며 "피그마와의 결합은 혁신적이며 협업 창의성에 대한 비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필드는 4년 전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원룸 아파트에 살았다. 브라운대를 중퇴한 그는 출근길에 1달러짜리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수줍음이 많아 벤처캐피털 회사가 주최한 행사에서는 어색하게 혼자 술을 마시곤 했다.
필드는 와인 생산 지역으로 잘 알려진 소노마 카운티에서 자랐으며 3살때부터 컴퓨터에 흥미를 보여 부모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 줄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대학을 자퇴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던 그는 IT 특성화고등학교 시절 로봇에 관심이 많아 로봇과 웹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UC 버클리에 불합격한 그는 브란운대로 진학했으나 대학 3학년 때 억만장자 금융가 피터 티엘이 운영하는 펠로우십에 지원하면서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교통을 모니터링하고 난폭한 운전자를 잡을 수 있는 드론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후 2012년 대학 친구인 에반 월러스와 함께 피그마를 설립하고 4년에 걸쳐 완성한 제품을 출시했다.
초창기 시절부터 함께 일해온 바드룰 파루치는 "당시 피그마 사무실이 유흥가 주변에 있어 금요일 오후 3시부터는 소음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래픽 편집 플랫폼인 피그마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회사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데스크톱이나 앱에서만 작동하는 경쟁 제품과 달리 피그마는 브라우저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시에 사용이 가능해 어디서나 작업이 가능했다.
피그마의 성장은 어도비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어도비보다 더 싼 가격에 실시간 협업이 가능한 기능때문에 디자이너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조 바이든의 대선 캠프는 캠페인에 사용된 모든 시각 자료를 피그마로 관리했다.
2016년 출시된 피그마는 이미 사용자 수백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매출이 2년 연속 배로 증가하면서 올해에는 4억 달러(56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2018년 초까지만 해도 1억1500만 달러로 평가된 피그마 가치는 지난해에는 100억 달러에서 1년 뒤인 올해에는 2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아빠가 된 필드는 피그마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결국 매각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필드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장을 위태롭게 하기보다는 매각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 창업자인 월러스는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