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수정안 공개
文정부에선 빠진 '원전'... 尹정부서 ‘녹색부문'에 포함
원전 신규건설·계속운전, 2045년까지 '전환부문' 포함
EU 택소노미 보다 완화... 2031년부터 ATF 사용 vs EU는 2025년부터
고준위 핵폐기장 '계획'도 요건… 폐기장 확보 시한 명시는 없어
10월 6일 택소노미 개정 관련 대국민 공청회 예정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자력 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 체계에 포함하기 위해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 운전 등 3가지로 구성된 원전 경제활동 부분에 대한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전을 '녹색산업'으로 규정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과제가 구체화된 셈이다. 다만 수정안에 따르면, 원전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의 경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조건부로 내세웠다.
또한 이를 담보하기 위한 법률 제정도 완료해야 한다. 2031년부터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를 적용하는 것도 의무화했다. 그간 '녹색산업' 규정에 걸림돌이 된 부분을 법률적으로 명시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예상된다.
'한국형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는 재정적·금융적 지원 대상의 녹색산업을 기재한 목록으로, 원안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녹색부문'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과도기적 필요에 따라 '전환부문'에 들어 있다.
'녹색부문'에 추가된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사업은 소형모듈 원자로(SMR), 핵융합 등 미래 원자력 기술과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 방사성 폐기물 관리 등 안전성 향상 기술이 대상이다.
원전이 '녹색부문'으로 추가되면 원전업자 입장에서는 금융조달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지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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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에선 빠진 '원전'... 尹정부서 국정과제로 '녹색부문'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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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출처=환경부］
환경부는 같은 해 12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 초안을 최초로 공개했다. 택소노미는 어떤 산업이 친환경적인지 아닌지를 정부 차원에서 구분한 지침서로, 당시에는 원전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지난 2월 오랜 논란 끝에 일부 천연가스와 원자력 활동을 '녹색'으로 분류하는 법안을 공식화하면서 유럽에서 논쟁이 본격적으로 가열됐다. EU 택소노미는 법안 검토를 거친 후 반대가 없으면 내년 1월 1일 발효된다.
이에 환경부는 '1년간의 검토기간'을 조건으로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전 포함이 확실시되면서 K-택소노미 수정안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환경부는 지난 수개월 간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등으로 구성된 세부 협의와 관계부처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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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차세대 원전·ATF 등 원전 기술... '녹색부문'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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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1,2호기 모습［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 가운데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탄소중립에 필수적이라고 보는 경제활동인 '녹색부문'에 포함시켰다.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은 원전의 안전성 향상과 국가 원자력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핵심기술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과 같은 미래 원자력 기술을 비롯해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 사용, 방사성 폐기물 관리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 등이다. '녹색부문'으로 분류되면 별도의 기한 없이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돼 투자자금을 조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한편 나머지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으로 보는 '전환부문'에 포함됐다.
'전환부문'에 포함된 경제활동들은 녹색부문과 달리 한시적으로만 '친환경'으로 인정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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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고준위 방폐물 세부계획 마련' 조건부 포함... 시한 명시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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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실장(가운데)이 지난 9월 5일 오후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해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구체적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보유할 것과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과 원전 해체비용을 보유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에 대해서는 확보시한 제시는 없이 '문서화 된 세부계획 존재'와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 제정 여부'만 조건으로 달았다.
즉 방사성 폐기물 처분을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강제하는 차원의 법률 제정을 완료하면 이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이미 존재히가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세부계획 이행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가 조건으로 포함시켰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핵연료 ATF의 사용 의무는 신규 원전의 경우 최신 기술기준과 함께 가동 시점부터 바로 적용할 것과 기존 원전의 경우 2031년부터 적용할 것이 조건으로 달렸다. 국내 연구개발 일정상 상용화가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원전 포함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외에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그러면서 "원전 경제활동의 녹색분류체계 포함은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로운 활용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EU-택소노미 대비 완화... 고준위 방폐장 확보시한 없어
환경부가 이번에 발표한 K-택소노미 수정안 내용은 우리에 앞서 제도를 갖춘 EU 택소노미에 비해 완화돼 있다.
EU 택소노미는 ATF 사용을 2025년부터로 규정해 우리나라보다 6년 이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확보도 2050년까지로 시한을 제시하는 등 안전규제를 강화한 상태다.
아울러 원전산업을 녹색 인정 시한 자체가 신규 원전(2045년)의 경우 우리와 동일하지만, 기존 원전의 경우 2040년이어서 우리보다 5년 일찍 녹색산업에서 퇴출시킨다는 계획이다.
근본적으로 ATF는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고준위 방폐장의 경우 확보 가능한 나라가 핀란드·스웨덴·프랑스 정도만 꼽힌다는 점에서 난제로 인식돼 여러가지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녹색분류체계는 각 국가의 실정에 맞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EU 택소노미의 기준을 참고하되, 국내 현실 등을 반영하여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한과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해 정부계획이 '부지 선정절차 착수 후 37년'으로 마련돼 거듭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도를 제시하는 것보다는 정부 계획의 실행을 담보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이 중요하기 때무에 시행의 확보 수단인 법률제정을 조건에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이번 초안 공개 이후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관계부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추가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6일 오후 2시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대국민 공청회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청회와 관련해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을 번복할 수는 없지만, 세부 조건을 조정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의견 수렴을 많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