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타임즈는 무료 소프트웨어 및 과학을 위한 활동가 프라비르 푸르카야스(Prabir Purkayastha)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금수조치는 사실상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으며 경제적 측면은 말할 것도 없고 물리적 갈등까지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을 무릎 꿇리고 세계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의 전면적인 도박으로 1990년대 신자유주의에 따른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기치를 내버리고 냉전 기간 보여주었던 동맹체제로 되돌아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을 단기적으로 늦출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잃게 되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의 비용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며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과 함께 동맹에 참여하는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과 일본 및 유럽연합 장비 제조사들도 부수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도 치명적이다”라는 말을 했다. 미국과는 불가근불가원(너무 멀리도 가까이도 해서는 안 된다)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에 이은 이번 제재의 목적은 중국의 첨단 컴퓨팅 칩 수입, 슈퍼컴퓨터 개발 및 유지,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주저앉히기 위한 것으로 표면상 군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기술과 제품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군사적 용어를 동원하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업체는 물론 민수용까지 전반에 걸쳐있다.
미국이 ‘군사적 사용 금지’라는 용어를 동원한 이유는 모든 회원국의 자유로운 시장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WTO(세계무역기구)의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으로 군사용 반도체는 최신 버전이 아닌 구세대 칩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규제 대상을 보면 인공지능 및 고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고급 프로세서, 핀펫(FinFET) 및 GAA(Gate-All-Around)와 같은 16nm(나노미터) 이하 공정과 기타 고급 칩용 장비, 최신 세대의 메모리 칩(128단 이상 NAND 및 18nm 하프 피치 DRAM)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난다. 한 평론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에 IBM이 사용한 기술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재 대상에는 공급망에서 미국 기술이나 제품을 사용하는 회사들까지 포함된다.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만들어지거나 만든 모든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는 회사는 자동적으로 제재 체제에 편입되도록 법으로 정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확인된 기업 외에도 31개 새로운 기업이 ‘미확인 목록’에 추가되었다. 이들 회사는 2개월 이내에 미국에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어길 경우 이들 또한 강력한 규제 대상이 된다.
이밖에도 미국 시민이나 미국에 주소를 둔 사람은 이전에 공급된 장비를 유지 관리하거나 수리하기 위한 경우라도 승인되지 않거나 미확인 목록에 포함된 회사를 위해 일할 수도 없도록 하고 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20년 보고서 ‘미국 반도체 제조의 흐름을 뒤집다’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칩 산업 성장의 40%를 점하며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등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강력한 규제를 촉발시킨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대만과 한국이 중국의 가장 큰 반도체 무역의 파트너라는 점이다. 장비와 칩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즉각적인 대체시장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 공급망의 강제 분리는 다른 분야에서의 분리도 동반된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 장비제조 업체인 램 리섳치와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 및 KLA 등과 시놉시스, 케이던스와 같은 설계 자동화 툴 기업, 퀄컴, 앤비디아 및 AMD 등 첨단 칩 공급업체들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 기업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다. 미국의 문제는 중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분일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시장으로 규제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아 수익이 감소하고 미래 연구 및 개발을 위한 투자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이 527억 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중국 제재 결과 나타나는 미국 반도체 산업이 겪을 손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작은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이에 업계도 ‘망치보다는 메스’라며 전면적 제재가 아니라 중국 군수용에만 국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가 더 이상 미국의 통제를 따르지 않게 되면서 미국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통제를 상실했다. 대 중국 칩 규제 또한 미국의 완승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왜 시작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규제의 효과는 강력한 군사 강국이자 세계 최대 경제 국가로서의 중국의 부상을 지연시키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적인 군사 세력과 경쟁할 때 대부분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갈등이 경제전쟁, 즉 칩 전쟁으로만 제한된다면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나 물리적 충돌(대만 침공)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자유무역 경제시대도 이로써 종언을 고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