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타임스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뒤로 밀린 일본이 삼성전자와 인텔을 따라잡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2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칩을 2027년까지 양산하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파운드리 산업 육성과 차세대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기반 구축 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2nm 공정 제품을 양산, 대만 의존도를 줄인다는 전략이다.
계획은 제1단계 IoT(사물인터넷)용 반도체 생산기반 긴급 보강, 제2단계 일본과 미국 협력을 통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 인프라 개발, 제3단계 광전자 융합 등 미래기술 구현 등 글로벌 협업을 통한 미래기술 인프라 구축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이 모든 것은 10년 뒤인 030년까지 접근 가능한 시장의 가치가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시장은 PC, 스마트폰, 인터넷 연결 소비자 가전에서 전기자동차, 스마트 공장 및 스마트 시티, 인공지능 및 양자 컴퓨팅까지 무궁무진하다.
METI는 이번 계획이 일본이 첨단 로직 IC부문에서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상정하고 있다. 대만과 한국, 미국은 플래너 펫(Planar FET, 45nm~28nm)에서 핀펫(FIN FET, 22nm~5nm)로 진화했고 현재는 GAA(3nm~2nm 이상)까지 진입하고 있으나 일본 르네사스(Renesas) 등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모든 반도체 산업에서 뒤진 것만은 아니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상당한 강점이 있고 이미지 센서나 실리콘 카바이드 전원 장치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실리콘 웨이퍼나 포토레지스트와 같은 장비 및 소재 역시 최고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에 반해 첨단 로직 분야에서는 상당히 뒤져있으며 잠재적인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TSMC에 대한 의존도는 미국만큼 취약한 상황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R&D를 수행할 최첨단 반도체 기술 센터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라피더스(Rapidus)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이들 기관은 정부 보조금이 지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바이든의 도쿄 방문과 7월 블링컨 국무장관, 라이몬드 상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 회담에서 양국이 R&D를 위한 긴밀한 양자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당시 함께 참석한 기관은 일본 도툐대, 일본 국립고등산업과학기술원, 과학연구소 리켄, 미국 국립반도체기술센터, 일본 반도체업계 대표, IBM이었으며 향후 유럽의 IC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Institute)와 유럽 최대반도체 나노기술연구소인 imec까지 참여할 예정으로 글로벌 연구단체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성과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IBM과 함께 2nm 기술을 추진하는 인텔이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반도체 생산 장비와 제조업체는 인텔을 가장 크고 중요한 고객 중 하나로 여기는 대신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라피더스에는 낸드 플래시 제조사 키옥시아, 세계 최고 이미지 센서 제조사 소니, 소프트뱅크, 도요타 자동차, 도요타용 반도체 및 부품 생산기업 덴소, 주요 통신사 NTT, NEC, 일본 최대 은행 미쓰비시 UFJ 뱅크 등 8개사가 투자했다.
주요 경영진은 도쿄 일렉트론 전 회장이자 국제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산업협회인 SEMI 명예이사인 데스로 히가시(Tetsuro Higashi)와 전 웨스턴 디지털 일본 사장 겸 수석부사장이자 키옥시아와 웨스턴 디지털 합작 투자 및 기술, 팹 운영 사장이었던 아츠요시 고이케(Atsuyoshi Koike)가 공동 회장을 맡는다.
삼성전자는 2025년 2nm 공정 기술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고 라피더스는 2027년 목표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일본은 한국, 대만, 일본과 함께 2030년대 첨단 파운드리 서비스 제공 국가로 재탄생하게 된다.
중국처럼 일본도 반도체 제조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긴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은 협력적인 국제 생태계의 일부이고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밖에도 일본에 또 다른 파운드리도 준비 중이다. 지난 8월 미국 온세미컨덕터(onsemi) 일본 니가타 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일 도쿄에 본사를 둔 머큐리아 인베스트먼트(Mercuria Investment)는 산교 소세이(Sangyo Sosei), 후쿠오카 케피털 파트너스(Fukuoka Capital Partners) 자문사를 앞세워 설비 매매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머큐리아의 최대 주주는 일본 개발은행과 이토추 상사,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뱅크 등으로 구성돼 사실상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향후 JS 파운드리로 사명을 변경할 예정인 온세미 니가타는 자동차용 아날로그 반도체와 전력관리 칩을 생산 중이다.
이외에도 머큐리아는 일본의 반도체 파운드리 용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공장 인수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현대화를 기다리는 수십 개의 시설을 보유한 잠재적 후보군도 많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반강제적인 반도체 산업 유치에 이어 일본까지 첨단 파운드리 확보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위협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반도체 산업 유성을 위한 우리 정부의 장기 계획과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기는 역부족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