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24일 만에 민변 주최 첫 기자회견... '6대 요구사항' 발표
"국민 한 사람 지키지 못했다고 前정부 구속·수사하더니 뭐했나"
"책임 있는 자들의 사퇴와 형사책임·대통령의 진실한 공식사과"
"경찰, 112신고 빗발쳐도 집회대처와 대통령실 경호에 매몰" 주장
"설렁탕 먹고 어슬렁어슬렁 뒷짐... 보고받은 적 없다 몰랐다 일관"
광화문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처럼?... "추후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사망자 유가족들이 참사 24일 만인 22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 있는 자들의 사퇴와 형사책임,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정부를 향해 '6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스탠다드빌딩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희생자 고(故) 김인홍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연세어학당에 공부하러 왔다가 이태원에서 희생당했다"며 "이제는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 하는데 아들의 장례식이 빈에서 28일에 있어서 저는 가야만 한다. 저는 빈에 가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유족들을 향해 "힘내셔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세상에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故) 이상은 씨의 아버지는 "국민 한 사람의 인권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하고 심지어 전 대통령까지 수사하려고 하고 있는 이 정부에 묻는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고 절규했다.
고(故)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제가 원하는 것은 그날의 진실과 투명한 조사, 그리고 책임 있는 자들의 책임과 사퇴,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비롯해 더 이상 우리 아들딸들의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불쌍한 영혼으로 만들지 말아주십사 하는 것"이라며 "책임 있는 자들은 책임지고 대통령은 진실성 있는 공식 사과를 하시라"고 요구했다.
고(故) 송원지 씨의 아버지는 "참사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해야 한다', '숨이 막혀 숨쉬기가 어렵다'는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112 신고가 11차례나 빗발쳤지만, 경찰들은 '특이사항 없음'으로 상황 종료했다"며 "근처에 있던 기동대를 투입하지 못했다는 말은 결국 경찰이 일반 시민들의 안전이 아니라 시위 관리와 경호 근무에 얼마나 매몰돼 있었는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당시 서울경찰청 당직 상황관리관 순서로 호명한 후 "인간적인 따뜻함이 조금이나마 있었다면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식당에 가고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긴박한 상황임에도 상황실을 비우는 행동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례비와 위로금은 그렇게 빨리 지급하면서 정작 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족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왜 참사 24일이 넘도록 안 해주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는 "만약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당시 상황관리관),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의 자식들이 한 명이라도 그곳에서 '숨쉬기 어렵다', '압사당할 것 같다', '살려달라', '통제해달라'고 울부짖었다면 과연 그 거리를 설렁탕 먹고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갈 수 있었겠는가. 절대 아니다. 이건 아니다. 그럴 수 없다"며 "칼을 들지는 않았어도 정황상으로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모두 형사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변 '10.29 참사대응TF' 공동 간사를 맡고 있는 서채환 변호사는 '추가 고발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소 고발을 할 것이냐, 국가배상 청구를 할 것이냐 하는 부분을 밝히기 위해 나온 게 아니다. 최소한의 요구 사항을 밝히는 자리"라며 "법적조치를 취할 때는 유가족분들과의 협의하에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 의회 앞에 있는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처럼 별도의 조성물이나 공간을 설치하는 것도 요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구체적으로 광화문에 무엇을 설치하자는 구체적인 단계를 이야기할 것은 아니"라며 "지금 질문은 너무 구체적이라서 나중에 더욱 유가족분들과 소통하고 협의해서 구체적으로 저희의 요구사항들이 확실해지면 그 부분은 또 따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