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속휴식 없는 주 ‘64시간’ 근무 검토에 노동계 "죽도록 일만 하라"

정부가 주52시간제를 개편해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과 ‘64시간’ 중에서 선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노동계에서 ‘시대역행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가 2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인사말에서 “1주 단위의 근로시간 규제 방식은 노사의 선택권을 존중하며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는다”며 “주요 선진국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중인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 핵심은 ‘주 52시간제 유연화’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최대 연장근로시간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고용부는 연장근로 12시간을 주간 단위로 규제하는 게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간 등의 단위로 확대하되 근무일 사이에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상 8시간마다 1시간,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에 따라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30분이 된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에 하루 이상의 휴일을 반드시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주6일 일하면 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이다. '주 최대 69시간'은 앞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정부에 권고한 개편 방안이다.

고용부는 주 최대 근로시간 '69시간' 방안과 함께 11시간 연속 휴식을 의무화하지 않는 주 최대 '64시간'도 추가로 검토 중이다. 고용부가 정한 과로사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고려한 것이다.

이지영 고용부 임금근로시간과장은 토론회에서 "만약 밤 12시에 퇴근하면 다음날 오전 11시에 출근해야 하는데, 기업에서는 평소보다 일이 많을 때에는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11시간 휴식에 상응하는 추가적인 건강보호 조치를 고민했다"며 "굉장히 신중하게 11시간 휴식보다 주 최대 근로시간이 적은 주에 최대 64시간이라는 옵션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즉각 주 최대 64시간 근로 개편안에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를 선택사항으로 둔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유일한 조치마저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1주 55시간을 장시간 노동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국제노동기구의 발표를 감안할 때도 시대역행적인 발상"이라며 "죽도록 일만 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연장근로나 유연근로가 깜깜이로 결정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노동계 목소리를 충분히 들으셨는지 제일 궁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