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SVB그룹 지분 10만주 보유... '회수 불투명'

SVB 모회사인 SVB금융그룹에 300억원 대 직접투자… 대규모 간접투자도

SVB금융그룹 주가 폭락에 거래정지 상태... "손실규모 커질 것" 예상

금융권 "일부 피해는 있지만 국내 금융사의 직접 피해 적을 것"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위험회피심리 강화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SVB 모기업인 SVB금융그룹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 여부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SVB금융그룹의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0만주 가량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약 2천320만달러(한화 약 310억원) 정도의 가치였지만 SVB 폐쇄 결정이 난 뒤 주가가 급락해 손실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전만 해도 SVB금융그룹의 주가는 거의 600달러 수준이었지만 SVB 폐쇄 결정 후 주가가 급락하며 거래 정지 직전인 10일(현지시간) 100달러 수준까지 폭락했다. 주가 폭락에 거래 정지 상태로 회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공시된 2021년 말 기준 SVB금융그룹 주식 투자 평가액은 3천624억원이다. 이 수치는 직접·위탁운용이 모두 포함된 기금 전체 투자규모로 파악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국민연금이 SVB금융그룹 주가가 크게 하락한 지난해 4분기에도 이 회사 주식을 순매수했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SVB금융그룹 주식을 2만7664주를 추가 매입했다. 또한 4분기에 1만9884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하락 국면에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등 일부를 제외하면 이번 사태로 금융사의 직접적인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도 SVB 파산 후 대형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SVB 파산 여파는 컸다.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지자 대형은행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 주가가 장중 20% 이상 폭락했고, 미국 4대 은행들의 시가총액도 약 520억달러 가량 줄어들었다. 초단기간에 천문학적인 수치가 사라진 셈이다. 또한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은 폐쇄됐다.

한편 전날(13일) 금융당국의 조사결과, 국내 은행이나 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SVB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일부가 SVB에 투자하고 있지만 투자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열린 'SVB 사태 관련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이 개선돼 온 점과 미 재무부‧연준‧FDIC가 예금자 보호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SVB 폐쇄 등이 은행을 비롯해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결과 등에 따라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와 같은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즉 SVB와 국내 은행은 사업모델이 판이하기 다르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국내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우려는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이날 "투자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금융사들에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