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회사지분을 아들과 딸에게 전량 증여하고 증여액의 50%에 상당하는 무거운 증여세를 모두 부담키로 한 가운데, 재계가 국회에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이 되는 상속세를 가볍게 하는 내용의 의원입법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경영권을 승계할 때의 상속·증여세를 경감해 줄 것을 수차에 걸쳐 정부에 건의해 봤지만, 소극적인 정부대응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는 만큼 국회가 직접 의원입법으로 상속세 부담을 완화시켜줘야 한다는 것.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11일 "최근 경영권 승계시의 상속세부담 경감 등 정부대응이 소극적인 기업관련 정책현안에 대해 '2006년 정기국회에 바라는 경제계 제언'을 국회에 전달, 국회차원의 의원입법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의가 의원입법을 통해 경감을 바라고 있는 상속·증여세법의 내용은 상속·증여세법 제63조 3항에서 정한 유가증권의 평가방법과 제18조 2항에서 정한 가업상속공제 폭의 확대.
현행 상속·증여세법에선 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최대주주(최대출자자) 및 그와 특수관계자가 소유하는 주식의 합이 전체지분의 50%를 넘을 땐 평가액의 30%(中企는 15%), 50% 이하일 땐 평가액의 20%(中企는 10%)를 가산해서 상속·증여세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사실상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최대주주 소유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원인으로 일반주주 소유주식보다 높은 가액으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 경영권 프리미엄도 할증을 통해 상속·증여세 과세가액에 포함시킨 것.
상의 관계자는 "기업상속·증여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금액이 크기 때문에 50%의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부담해야 한다"며 "세율도 부담하기 힘든데, 최대주주 할증률까지 부담한다면 부담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경감을 해달라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업 소유주 입장에서는 기업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세부담이 과도할 경우, 정상납부를 택하기보다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절세를 할 방법을 찾아 나서기 때문에, 부담을 낮추는 것이 성실한 납부유도 측면에서 정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서는 재계의 주장대로 상속·증여세 부담을 완화시켜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편법여부를 들춰내려는 과세당국과 재계가 숨바꼭질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과세당국을 향한 협박으로도 비춰진다.
이와 함께 상의는 현행 세법에선 가업상속에 해당할 경우 기초공제로 1억원을 공제해 주지만, 공제폭이 적어 실제 투명한 가업상속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공제폭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