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먹튀' 도운 꼴..계약 파기설도 '솔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 기한을 연장하는 대가로 국민은행에 배당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은행의 배당 여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배당을 실시할 경우 1조원대의 추가 이익을 올릴 수 있어 국민은행 측에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국민은행으로서는 론스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협상 결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론스타, 외환銀 배당으로 1조원대 추가 이익 =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론스타는 국민은행의 본계약 기한 연장 요구에 대해 배당 실시 등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이 올 배당기산일인 12월 말까지 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론스타의 배당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에 따르면 올해로 이월한 금액은 총 9천582억에 달한다.
올 상반기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천284억원을 기록했다.
JP모건과 대우증권 등 증권업계에서 연말 당기순이익을 1조4천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은행의 처분전 이익잉여금이 무려 2조3천500억원에 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1천억원으로 예상되는 기타준비금을 차감한 약 2조2천500억원의 현금배당액 가운데 10% 이상을 법정적립금인 이익준비금으로 적립해야 돼 실제 배당이 가능한 금액은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반기 동안 상반기의 절반 수준인 4천70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기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배당 가능 금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 64.62%를 보유하고 있어 2조원 가량이 전액 배당될 경우 1조2천900억원 가량의 추가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외환은행 매각 차익 4조2천500억원에 배당이익 매각 차익까지 더하면 론스타가 5조5천억원 이상을 챙길 가능성도 엿보인다.
외환은행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연내 중간 배당을 실시하더라도 론스타는 1조원 가량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론스타가 자회사인 극동건설의 지난해 순익 274억원 가운데 95%인 260억원을 배당으로 챙긴 점을 감안하면 외환은행의 배당금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외환은행 리처드 웨커 행장은 18일 사내 방송을 통해 "매수자 측에서 기한 연장을 요구한다면 자산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이상 매도자 측에서 조건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론스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 고심하는 국민銀..계약 파기 가능성도 = 이에 따라 조건 변경 없이 본계약 시한을 연장하려던 국민은행은 상당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이 파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론스타에서 내세운 다른 조건들 역시 국민은행에서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에서 배당금 지급과 함께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격 산정 기준일 변경 역시 국민은행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격 산정 기준일이 지난해 말에서 9천2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추가한 올해 상반기로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을 차치하고서라도 가격 협상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가 조건으로 알려진 위약금 약속 역시 조건없는 연장을 믿고있는 주주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국민은행 경영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대외적인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초기 단계가 아닌 막판 핵심 쟁점에 대한 협상이 벌어지고 있어 조만간 계약 연장이든 파기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여전히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기한 연장의 책임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쌍방간 협의가 진행중이라 구체적인 조건 변경 여부 등은 밝힐 수 없다"며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