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0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에 구두와 핼러윈 호박 모형이 놓여있다. [사진 = 연합뉴스]
더워지는 날씨에 호응해 여당의 청년층 표심 잡기 행보가 치열해지는 듯하다. 대학생 학자금 지원, 토익 유효기간 연장, 예비군 학습권 보장, 취업준비생 개인정보 보호 등 나날이 '청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청년 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회초년생으로서 해당 정책들을 살펴보니, 대학생부터 취업준비생까지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정책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만 집권여당이 청년층 표심잡기 행보 이전에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상흔에 관한 것인데, '이태원'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은연중에 죄책감을 느끼는 청년 세대의 '참사 트라우마'다.
현 2030세대가 태어나고 성장한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었다. '국민이 곧 국가'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세계 경제 10위권에 안착한 경제 강국이면서, 'K-POP' 등의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지닌 문화 강국이 곧 '대한민국'이었다.
청년들은 지난해 10월 29일 휴일을 맞아, 그리고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행복 추구권'을 양껏 누려보고자 들뜬 마음으로 이태원 축제에 참가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핼러윈 데이를 맞은 이태원에서 국가는 부재했다.
수많은 언론들이 10월 27일부터 10월 29일까지 3일에 걸쳐서 거리두기 해제로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당국의 미비한 대책으로 참사 당일 경찰인력은 부족했다.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골목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 등의 112 신고가 총 11건 접수됐지만 경찰의 실제 출동은 1건에 불과했다. 현장에 있던 일선 경찰관이 참사 발생 2시간 전부터 교통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기동대는 대통령실 경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차라 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못했다.
총체적인 '행정 참사'의 결과는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웃고 울었던 159개의 '소우주'들이 우리 곁을 떠나 저마다의 별로 돌아가고 만 것이었다.
재난 전·후 당국의 부실대응으로 선진국 대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유례없는 참사는, 청년들로 하여금 '눈 떠보니 후진국'을 운운케 하기에 충분했다. 참사 희생자 대다수가 30대 이하의 연령층이다. 대통령이 일본, 미국, 용산 등 각지에서 수없이 강조해 오고 있는 '미래 세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은 셈이다.
참사 발생 이후 정부·여당의 행보는 우악스러웠다. 국가 전체를 슬픔으로 빠뜨려 놓고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핼러윈 축제 관련 안전사고 우려 경찰 보고서 삭제·회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셀프 수사' 및 '꼬리 자르기' 논란, 야당 주도로 추진된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비협조 등 행보들이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이라는 영향 때문인지, 정부 책임자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정무적 책임은 외면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심지어 집권세력은 이태원참사 희생자·유가족들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2차 가해성 발언에 대해서도 방조한 수준이었다. 당정은 창원시의원·신자유연대 등이 내뱉었던 막말들에 대해서도 묵인함으로써, 참사 희생자들이 '놀러 갔다 죽은 사람들'이라는 오명을 쓰게 하고 참사 유가족들을 '시체팔이하는 사람들'로 전락시키는 데 일조했다.
'놀러 다녔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이 선진국 땅의 청년들은 언제 어디선가 옷깃을 스쳤을지도 모를 또래 희생자들을 향해 애도할 뿐이다. 안타까운 죽음에 일일이 급을 나누며 생존자·유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2차 가해자들과, 그들에 대해 손놓고 있는 정부·여당의 행보에서 울분을 삼키면서.
국민의힘이 내놓은 청년 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회초년생으로서 해당 정책들을 살펴보니, 대학생부터 취업준비생까지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정책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만 집권여당이 청년층 표심잡기 행보 이전에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상흔에 관한 것인데, '이태원'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은연중에 죄책감을 느끼는 청년 세대의 '참사 트라우마'다.
현 2030세대가 태어나고 성장한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었다. '국민이 곧 국가'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세계 경제 10위권에 안착한 경제 강국이면서, 'K-POP' 등의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지닌 문화 강국이 곧 '대한민국'이었다.
청년들은 지난해 10월 29일 휴일을 맞아, 그리고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행복 추구권'을 양껏 누려보고자 들뜬 마음으로 이태원 축제에 참가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핼러윈 데이를 맞은 이태원에서 국가는 부재했다.
수많은 언론들이 10월 27일부터 10월 29일까지 3일에 걸쳐서 거리두기 해제로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당국의 미비한 대책으로 참사 당일 경찰인력은 부족했다.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골목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 등의 112 신고가 총 11건 접수됐지만 경찰의 실제 출동은 1건에 불과했다. 현장에 있던 일선 경찰관이 참사 발생 2시간 전부터 교통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기동대는 대통령실 경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차라 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못했다.
총체적인 '행정 참사'의 결과는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웃고 울었던 159개의 '소우주'들이 우리 곁을 떠나 저마다의 별로 돌아가고 만 것이었다.
재난 전·후 당국의 부실대응으로 선진국 대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유례없는 참사는, 청년들로 하여금 '눈 떠보니 후진국'을 운운케 하기에 충분했다. 참사 희생자 대다수가 30대 이하의 연령층이다. 대통령이 일본, 미국, 용산 등 각지에서 수없이 강조해 오고 있는 '미래 세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은 셈이다.
참사 발생 이후 정부·여당의 행보는 우악스러웠다. 국가 전체를 슬픔으로 빠뜨려 놓고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핼러윈 축제 관련 안전사고 우려 경찰 보고서 삭제·회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셀프 수사' 및 '꼬리 자르기' 논란, 야당 주도로 추진된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비협조 등 행보들이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이라는 영향 때문인지, 정부 책임자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정무적 책임은 외면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심지어 집권세력은 이태원참사 희생자·유가족들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2차 가해성 발언에 대해서도 방조한 수준이었다. 당정은 창원시의원·신자유연대 등이 내뱉었던 막말들에 대해서도 묵인함으로써, 참사 희생자들이 '놀러 갔다 죽은 사람들'이라는 오명을 쓰게 하고 참사 유가족들을 '시체팔이하는 사람들'로 전락시키는 데 일조했다.
'놀러 다녔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이 선진국 땅의 청년들은 언제 어디선가 옷깃을 스쳤을지도 모를 또래 희생자들을 향해 애도할 뿐이다. 안타까운 죽음에 일일이 급을 나누며 생존자·유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2차 가해자들과, 그들에 대해 손놓고 있는 정부·여당의 행보에서 울분을 삼키면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홍대 한 소극장에서 열린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행사에서 '대학생 종합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여당은 청년 세대에 깊은 상처를 남긴 이태원참사에 대해서 '총선용 정치 공세'를 운운하며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요구를 회피하는 모양새다. 그러는 와중에 차기 총선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청년들이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을 약속"한다며 청년층 표심 공략에 전격적으로 나섰다. '형용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여당이 청년 세대를 '표'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미래세대'로서 존중하고 있다면, 청년들에게 '참사 트라우마'를 남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집권세력으로서 마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먼저 참사 책임자로 지목받고 있는 용산구청장·경찰청장·행안부 장관 등이 정무적·도의적 도리를 짊어지도록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참사 부실대응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 책임자로서 자리하고 있다면, 청년 세대로부터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우리는 당시 현장에서 지휘·감독 권한이 없었다'고 강변하는데,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책임자인 만큼 실무 업무도 맡지 않을 텐데, 지휘·보고에 대한 권리의무도 없는 자리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 '청장'과 '장관'이 순전히 보여주기식 직위라는 말로 들린다.
또 여당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자신의 시간이 멈춘 채 거리를 전전하며 눈물 흘리고 있는 유가족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총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채 공허함에 몸부림치고 있는 국민들을 보듬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한 일간지는 참사 유가족들을 인터뷰하면서 "새해 소망을 물었더니 'OO아, 딱 한 번만 보고 싶다'라며 불쑥 그리움이 튀어나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국민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정치를 두고, 그것이 과연 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여당이 이제와서 이태원참사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이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여·야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내년 총선까지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해당 문제를 가지고 정쟁화·정치 공세화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아이를 잃은 부모가 고작 정치 때문에 거리에 나와 있겠는가. 여당이 지금이라도 그들의 진심을 경청하고, 그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절망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언젠가 찌는 듯한 무더위가 물러나고,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날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아마 한국은 그때쯤 다시 핼러윈 축제 기간을 맞이할 테다. 그 시기에 청년들은 다시금 '국가의 부재' 속에 나라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이 돼버렸던 지난날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저마다 슬픔·애도·비탄에 빠져 다시금 '참사 트라우마'가 역병처럼 도질지도 모르겠다.
여당이 계속 '총선용 정치 공세' 등을 운운하며 이태원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다면,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는 오는 10월 핼러윈 축제에서 유례없는 반발에 부닥칠 수도 있다. 또 당시 희생자 대다수가 2030세대였다는 점에서, 총선이 지금보다 더욱 가까워진 시기에 청년층의 집권여당 불신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에게 아직 '망각' 대신 '기억'을 택하는 정치적 선택지가 유효하게 남아 있다는 점, 집권 여당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당이 청년 세대를 '표'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미래세대'로서 존중하고 있다면, 청년들에게 '참사 트라우마'를 남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집권세력으로서 마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먼저 참사 책임자로 지목받고 있는 용산구청장·경찰청장·행안부 장관 등이 정무적·도의적 도리를 짊어지도록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참사 부실대응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 책임자로서 자리하고 있다면, 청년 세대로부터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우리는 당시 현장에서 지휘·감독 권한이 없었다'고 강변하는데,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책임자인 만큼 실무 업무도 맡지 않을 텐데, 지휘·보고에 대한 권리의무도 없는 자리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 '청장'과 '장관'이 순전히 보여주기식 직위라는 말로 들린다.
또 여당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자신의 시간이 멈춘 채 거리를 전전하며 눈물 흘리고 있는 유가족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총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채 공허함에 몸부림치고 있는 국민들을 보듬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한 일간지는 참사 유가족들을 인터뷰하면서 "새해 소망을 물었더니 'OO아, 딱 한 번만 보고 싶다'라며 불쑥 그리움이 튀어나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국민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정치를 두고, 그것이 과연 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여당이 이제와서 이태원참사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이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여·야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내년 총선까지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해당 문제를 가지고 정쟁화·정치 공세화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아이를 잃은 부모가 고작 정치 때문에 거리에 나와 있겠는가. 여당이 지금이라도 그들의 진심을 경청하고, 그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절망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언젠가 찌는 듯한 무더위가 물러나고,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날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아마 한국은 그때쯤 다시 핼러윈 축제 기간을 맞이할 테다. 그 시기에 청년들은 다시금 '국가의 부재' 속에 나라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이 돼버렸던 지난날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저마다 슬픔·애도·비탄에 빠져 다시금 '참사 트라우마'가 역병처럼 도질지도 모르겠다.
여당이 계속 '총선용 정치 공세' 등을 운운하며 이태원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다면,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는 오는 10월 핼러윈 축제에서 유례없는 반발에 부닥칠 수도 있다. 또 당시 희생자 대다수가 2030세대였다는 점에서, 총선이 지금보다 더욱 가까워진 시기에 청년층의 집권여당 불신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에게 아직 '망각' 대신 '기억'을 택하는 정치적 선택지가 유효하게 남아 있다는 점, 집권 여당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