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선언]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 막아내겠다" vs 與 "뜬금포"
[단식 2일째] "단식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단식 4일째] 與 "텀블러와 티스푼의 힘인지 모를 일" 조롱
[단식 6일째] "지치지 않는다" vs "명분도 실리도 없다"
[단식 8일째] "단식농성 중단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단식 투쟁중인 국회 앞 천막에서 정세균, 김원기, 권노갑, 임채정, 문희상 등 민주당 상임고문단을 만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를 '무정부 상태'로 규정하며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지 오늘(7일)로 8일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이재명 대표의 단식 관련 행보를 짚어보기로 한다.
[단식 선언]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 막아내겠다"…與 "뜬금포"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기국회와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검찰 소환 등 단식으로 인해 이 대표 일정을 소화하는 데 지장이 없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단식을 한다고 해서 일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자신의 SNS에 "사즉생,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윤 정권을 향한 최상의 투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뜬금포"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전남 순천 현장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며 "제1야당,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으면서 직무를 유기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단식 2일째] "단식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재명 대표는 천막에서 열린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일방적인 폭력적인 행태를 도저히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지만 막을 다른 방법도 없다"며 단식 돌입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검찰의 출석 요구에는 "4일 오후엔 중요한 일정이 있어 오전 조사만 받고, 별도로 추가 조사를 받겠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가 출석할 경우 오전 조사만 할 수는 없고,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은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의구심을 내비치며 '방탄용 단식'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단식은 사법 처리 회피용 단식,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내분 차단용 단식, 당권사수를 위한 단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단식은 시작하는 명분과 중단하는 명분이 분명한 상황에서 돌입해야 하는 것인데, 이 대표의 단식은 구체적으로 잡히는 사안이 없다"며 "정확히 무엇을 대상으로 단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국회를 책임지고 있는 제1당 대표로서 반드시 강한 투쟁을 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투쟁 방법으로 단식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격려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 전화드렸다"며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러워 전화드린다"고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단식 3일째] 與 "방탄용 단식 투쟁…사법리스크 발버둥"
단식 3일째인 지난 2일 이 대표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 정부 규탄 2차 범국민대회' 일정을 소화하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사실상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한 무기한 단식에 비난을 이어갔다.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산적한 민생 현안을 뒤로한 채, 이재명 대표는 방탄용 단식 투쟁에 나서며 사법리스크에 발버둥 치고 있고, 민주당은 국회를 떠나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원로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8인은 국회 본관 앞 농성 천막을 찾아 이 대표를 격려하기도 했다. 이들은 "절벽을 쳐다보고 소리치는 형국 같다"며 "국민께서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 공감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 4일째] 與 "텀블러와 티스푼의 힘인지 모를 일"
민주당이 당 지도부를 시작으로 릴레이 단식에 나서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대표 단식 농성장을 찾아 "무도한 세력에 대해서 우리가 힘을 합쳐서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여당은 '출퇴근 단식' '웰빙 단식'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당뇨병은 제대로 단식하면 2∼3일도 못 버틴다는데, 규탄대회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의) 목소리가 우렁차다"며 "정신력이 대단한 것인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텀블러와 티스푼의 힘인지 모를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방탄 단식으로 역사를 퇴행시키고 가짜뉴스 선동집회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게 누구냐고 묻는다"며 "출퇴근·웰빙 단식을 그만두는 게 역사적 퇴행이나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단식 5일째] "이대로 가면 파시즘"…尹 정부 비판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이 대표를 찾아 "이대로 가면 파시즘"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이 전 대표는 "(현 정부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면 시행령으로 부수고, 대법원에서 '강제 징용' 판결을 내리면 대리 변제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야간집회를 허용하면 현장에서 막는다"며 "헌법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 정권의 1년 몇 개월간의 행태를 보면 닥치는 대로 저지르는 것 같다. 역사 왜곡도 한일 관계도 그렇고, 한반도 문제와 민생과 경제를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며 "합리적 지적이나 견제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2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우리는 넘어야 할 거대한 벽을 맞닥뜨리고 있다"며 "힘이 조금씩 빠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식 6일째] "지치지 않는다" vs "명분도 실리도 없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결국 국민이 승리할 것이기에 지치지 않는다"며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망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전날 함세웅 신부가 찾아왔다며 "군부독재의 군홧발이 사라진 자리를 검사독재의 서슬 퍼런 칼날이 대신하고 있다, 단식으로 느끼는 고통이 있다 해도 감히 군홧발에 짓밟혀 가며 민주공화국을 만들고 지켜낸 선배들과 비교나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명분도 실리도 별로 없다"며 단식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라며 "그동안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렇듯이 병원에 실려 가는 광경이 당당하지 않고 비루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럴수록 민심을 얻고 영리하게 유능한 방법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단식 7일째] 野 '尹 탄핵론 언급'에 與 "내란선동행위"
야당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이 대표가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를 "링 위에 올라가 있는 선수들이 국민의 뜻,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데, 그게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야당의 지속적인 탄핵 발언. 국민 선택으로 성립된 선출 정부에 대한 내란선동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을 향한 단식이 아닌 국민을 향한 단식"이라며 "국민과 싸우겠다고 하는 윤석열 정권이 야당 대표가 굶어서 죽든 말든 무슨 관심이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나라가 위험에 빠져 있고 민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정부는 야당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의견도 들어주지 않는 상태"라며 이 대표 단식을 지지했다.
[단식 8일째] "단식농성 중단할 수 없다"
이 대표는 단식 8일째인 7일 단식농성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전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방문 이후 페이스북에 "자식 잃은 부모를 이기려 드는 정권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며 "대통령은 예를 갖춰 죽어 나간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께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아무 잘못 없는 국민 159명이 백주대낮에 목숨을 잃어도 책임지는 사람도, 진정 어린 사과도 없었다"며 "오송 참사처럼 재난 때마다 반복되는 인명 사고에 길거리의 참극까지 이어지면서 대체 어디 있는지 국민이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 대표 단식 농성장을 찾아 전날 대정부질문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을 향해 야유한 데 대해 항의했다. 이에 민주당 김승원‧김원이‧신정훈 의원들은 예고 없이 농성장을 방문한 태 의원을 저지했다.
이 대표는 태 의원에 앞서 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만류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정치가 아니라 전쟁을 하는 정부를 합리적인 논쟁으로 막을 수 없기에 단식을 중단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수원지검에 오는 9일 출석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