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 시대상황을 감안할 때 10여대 이상의 곤장을 맞게 되면 그 무지막지한 '데미지'로 인해 사실상 사람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와 연계된 놀라운 사실 한 가지.
조선시대 대표적인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과 속대전(續大典)에 명시된 조세포탈범에 대한 최고 형량은 장형(杖刑, 흔히 말하는 곤장) 100대였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일단 곤장 100대를 친 다음 멀리 변방(3000리, 1리=4km)으로 유배를 보내 죽을 때까지 그 곳에서 지내게 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사형’에 가까웠다는 것이 통설. 인권에 대한 개념정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전근대시대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과중했던 것이 사실.
조선시대 조세범처벌법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쓴 김포대학교 오기수 교수도 이에 대해 “일부 사료에도 나타나듯 조선시대 조세범처벌은 불완전한 조세제도와 과중한 처벌규정 등으로 공정하게 집행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시대 조세포탈범들에 대한 처벌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보자. 오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재정수요의 근간인 전세(田稅)를 기준으로 양전(토지의 등급 확정) 단계(과표산출), 전세징수단계 등 두 부분으로 나눠 조세포탈 유형이 결정되고 형량이 결정됐다.
쉽게 설명하면 과표가 되는 토지의 등급을 조사하면서 일부러 등급을 낮춰 여분의 생산물을 떼어먹거나 수확량을 재해에 의해 손실됐다고 속여 탈세하는 경우 등이었다.
조선시대 토지측량은(양전, 量田)은 20년마다 실시해 과세대상과 면세대상을 정했고 이 과정에서 조세포탈을 막기 위해 강한 처벌규정을 두었다. 최소 10대의 매(장형 등)는 맞아야 했고 악질 중 악질로 판명될 경우 100대의 매를 맞은 뒤 멀리 유배시켜 버렸다.
전세징수 단계에서의 조세포탈에 대해서도 탈세액을 따져 최대 100대의 매를 내린뒤 사대문밖 3000리 떨어진 곳으로 유배를 보냈다. 오 교수에 따르면 특히 전세징수 단계에서 벌어진 조세포탈에 대해 유형별로 10배 정도 무거운 형벌을 내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 교수는 이에 대해 “조선시대 향촌 지배세력은 대토지를 가진 양반들로 이들은 중앙정계와의 연계, 아전과의 결탁 등을 통해 온갖 무단행위를 통해 국가의 수취기반을 침탈, 잇속을 취했다”며 “아전들에게 뇌물을 주고 토지 등급을 낮추어 세금을 적게 내거나 토지를 숨겨 탈세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들 대지주들은 국가의 토지측량사업인 ‘양전’을 반대했다”며 “그 이유는 양전이 실시되면 토지의 등급이 조정되고 은닉된 토지도 드러나 세금을 더 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이 같은 강력한 조세범처벌법은 그다지 효율적으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 오 교수의 지적이다. 오 교수는 “전세부과 및 징수제도 미비로 과세가 정확히 이뤄질 수 없었고 처벌규정도 너무 무거워 그대로 시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사료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왕조가 조세범처벌 규정을 (실제로 적용하기도 어려울 정도로)강화한 이유는 세수확보와 탈세예방을 위해서였다. 세금징수 업무를 맡겨놓은 ‘관리’들과 ‘양반지주’ 등의 부정한 결탁 등 부정적인 요소가 많아 납세자인 농민의 피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록 효과적인 적용은 불가능했지만 최소한 법조문에라도 무거운 형벌을 명시, 부정부패를 막고 납세자인 농민의 피해를 줄여보자는 취지였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의 조세범처벌법은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우스갯 소리 한 마디.
현대의 대한민국은 조세포탈범에 대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3배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조선시대와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인 셈. 그렇다고 인권의식이 확고한 시대에 조세포탈범에게 매를(그것도 아주 큰 데미지를 주는)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밉다고 해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