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에 의해 남극반도 북단 빠르게 지나가
사우스조지아섬으로 이동시 생태계 위협 우려
◆…세계 최대 빙산 A23a의 위성사진. 사진=로이터통신
남극에 있는 세계 최대 크기의 빙산 'A23a'가 30여 년 만에 다시 움직여 남극해 너머까지 이동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울시의 약 6배 크기인 'A23a'는 면적만 4000평방킬로미터(㎢)이며 두께도 약 400m에 달한다.
1986년 남극의 '필크너-론느' 빙붕에서 떨어져 나와 웨들해 해저 바닥에 고정된 후 대부분 좌초됐다.
30년 넘게 움직임이 없던 빙산이 갑자기 해저에서 분리돼 이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위성사진에 따르면 무게가 약 1조 톤에 달하는 'A23a'이 현재 강한 바람과 해류에 의해 남극반도 북단을 빠르게 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남극연구소(BAS)의 빙하학자 올리버 마쉬는 "이렇게 거대한 크기의 빙산이 이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빙산의 이동 경로를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A23a은 웨들해의 다른 빙산처럼 남극 순환류에 실려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과학자들은 예측했다. 남극 순환류를 탄 빙산은 이른바 '빙하골목'으로 알려진 경로를 통해 남대서양으로 흘러가게 된다.
빙산의 이동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쉬는 "시간이 흐르면서 빙산이 얇아지고 약간의 부력이 생기면서 해류에 의해 밀려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23a의 이동 속도가 최근 몇 달 사이 점점 빨라지면서 물개, 펭귄, 바닷새들이 서식하는 아르헨티나 남쪽의 사우스조지아섬에 좌초돼 이곳에 사는 야생동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빙산이 주변 생태계에게 위협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빙산이 녹으면서 미네랄도 바다에 방출하게 돼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는 유기체의 영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의 캐서린 워커 박사는 "많은 면에서 빙산들은 생명을 주는 존재"라며 "그들은 많은 생물학적 활동의 기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0년에 또 다른 빙산 'A68'이 사우스조지아섬과 충돌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다행히도 이 섬을 향해 돌진하던 'A68'이 작은 덩어리로 쪼개지면서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