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계파간 신경전도 가열
여당발(發) 새판짜기 논의가 '정중동'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정계개편 결론을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자는 원칙을 정한 후 외견상 공개적인 논전이 잦아들면서 '조정기'에 접어든 분위기지만 수면 아래서는 활발하게 계파간 논의가 진행되는 형국이다.
당내 김근태(金槿泰.GT) 의장계 의원 모임인 민평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문학진(文學振) 의원은 6일 오후 친 정동영(鄭東泳.DY) 전 의장계 바른정치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래(李康來) 의원과 만나 정계개편 정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양 진영에서 1-2명의 의원들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어서 일종의 계파 대표 모임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정기국회가 끝나려면 한달 이상 남았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다"며 "정기국회 이후에 결론을 내더라도, 정계개편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이 구체적 결론을 내리는 자리는 아니겠지만, 통합신당론에 찬성 입장을 보여온 두 계파의 대표성을 지닌 의원들이 만나는 것인 만큼 통합신당 추진이 한층 탄력을 받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각 계파들은 정기국회 이후의 '진검승부'에 대비한 물밑 세확산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공개적인 세대결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의총 결과를 놓고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중립지대에 위치한 원로.중진 그룹을 서로 우군(友軍)으로 평가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반노 그룹은 의총을 계기로 당내 논의의 대세가 통합논의 쪽으로 판가름났다고 평가했다. 한 비대위원은 "통합신당 쪽으로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논의에 적극적인 광주출신 의원들은 주말 회합을 갖는데 이어 7일 주례 회동에서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친노그룹은 통합논의 쪽으로 흐르던 당내 논의의 물꼬를 되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친노 직계인 의정연 소속 이화영(李華泳) 의원은 "침묵하는 다수는 지금 통합하는 것이 '죽는 길'이란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선주자군을 제외한 비중있는 원로.중진그룹은 우리와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재창당론을 주도하고 있는 참정연은 11일 대전에서 개최하는 회원 워크숍에 대통령 정무특보인 이해찬(李海瓚) 의원을 초청,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논의의 '공식 창구'로 떠오른 당 지도부는 아직 움직임이 없다.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는 현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책임지고 정계개편 방향과 일정을 논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정작 비대위 내에서는 적극적인 기류가 읽혀지지 않는다.
한 비대위원은 "금주부터는 정례 저녁회동을 부활해서라도 논의를 하기는 해야 한다"면서 "솔직히 어떻게 풀어갈 지 엄두가 안난다"고 고충을 토로했고, 한 당직자는 "비대위원 상당수가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지도부의 이런 기류는 정계개편의 추동력 확보가 여의치 못한 객관적 여건도 작용하고 있지만 그 보다는 현 비대위 체제가 갖는 구조적 한계가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 비대위가 '계파 연합체'의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정계개편 논의의 한 축을 이루는 친노 직계는 빠져있다. 비대위가 내놓을 결론을 두고 '정통성' 시비가 일어날 개연성이 크고 당 전반에 미치는 기속력도 그 만큼 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비대위 구조로는 '정치적 합의'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논의의 구심점이 될 리더십도 없다"며 "정기국회 때까지 단일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향후 정치일정을 책임있게 논의한다'는 의총 합의사항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도 비대위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쪽은 현 비대위가 통합신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의 전반적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며 '광의'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재창당을 주장하는 친노그룹은 '정무적 판단' 없이 순수히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일정 정도만 논의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 친노 직계인 참여정치실천연대는 현행 당헌 당규에 따른 전당대회 개최를 강조하고 '전당대회 준비위'라는 별도의 실무기구를 조속히 구성할 것을 촉구, 논란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이 같은 계파간 동상이몽 속에서 비대위 차원의 정계개편 논의는 정기국회 회기말 까지 실질적인 진전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