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소액주주 '상환우선주 발행 갈등' 왜?

현대상선의 상환우선주 발행을 두고 '상환우선주 발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발행을 강행하려는 회사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소액주주간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긋고 있다.

현대상선 측은 "이사회 등을 통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정해진 결정"이라며 상환우선주 발행의 정당성을 강조 있지만 소액주주회에선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

소액주주회는 소송을 통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노정익 대표를 상대로 "회사 이익을 극대화해야 할 이사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고, 현대상선 측은 이에 대해 "절차에 따라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 소액주주회, "주식해 본 사람이라면 뭐가 문제인지 다 안다"

소액주주회는 상환우선주 발행에 대해 "주식을 해 본 사람이라면 뭐가 문제인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또 "현대상선의 상환우선주는 필요에 따른 순수한 자금조달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실권주를 다량 발생시켜 이를 우호세력에게 배정해 경영권 우호지분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환우선주란 특정기간동안 우선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가 기간이 만료되면 발행회사에서 이를 되사도록 한 주식을 말한다. 상환우선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자를 포함해 원금을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발행되기 때문에 만기가 있는 채권과 유사하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5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현대상선의 상환우선주는 5년간 자금이 묶여 소액주주들이 인수하기가 힘들어 실권주가 대량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세력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대상선이 발행하는 상환우선주는 사실상 7%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4, 5년 만기의 후순위채로 거래소에 상장이 되지 않는다. 소액주주들이 이런 조건의 주식을 인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상환우선주 발행은 현대상선의 '현대그룹 리스크'를 증대시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그간 현대상선 경영진의 행태에 비춰 볼 때 상환우선주 발행 이후 자금활용이나 실권주 처리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불과 몇 개월 전에 거액의 유상증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5년씩이나 자금이 묶이게 되는 비상장 상환우선주를 인수할 여력도 없고 상환우선주 발행으로 인한 의결권 희석 및 배당가치 희석을 그대로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액주주회는 회사 측 관계자의 의견으로 제기된 현대건설 인수를 흔드는 일종의 '사주꾼'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소액주주회는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여러 가지 대책이 지난 비상대책회의에서 논의되었다"면서 향후 활동의지도 밝혔다.

현재 소액주주회는 10여명의 인원이 주축이 되어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소액주주들을 대표해 회사측에 맞서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 현대상선,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절차 따라 해명하겠다"

소액주주회의 상환우선주 발행 반대 성명서 발표와 소송에도 불구 해당 당사자인 현대상선 측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대응을 하지 않는 다소 모호한 대응책을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정해진 결과"이라며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경영자들은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환우선주 발행에 따른 향후)결과가 말을 해 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사실을 소액주주회가 제기한 소송을 통해 정확하게 알리도록 노력하겠다"며 덧붙였다.

결국 회사측은 소액주주회의 소송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떠나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충실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소액주주들과의 문제가 크게 불거질 경우 향후 현대건설 인수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회사측의 판단으로 생각된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소액주주회의 활동이 현대건설 인수를 어렵게 하려는 '사주꾼' 이라는 발언에 대해선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파악할 수조차 없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경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지난달 16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3000억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2000만주 규모의 의결권 있는 비상장 상환우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상환우선주는 약 연7%의 수익이 보장되며 발행일로부터 4년째와 5년째에 각각 50%씩 상환된다.

현대상선의 상황우선주는 5%가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는 구주주들에게 배정되며 구주주들이 청약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실권주는 추후 이사회 결의에 의해 3자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