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A시험 합격수기②]서울대 4년 박기범씨

육체적 아픔이 앞설 때 정신적 아픔은 사라진다.

2차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는데 어느덧 11월입니다. 여름 동안 그렇게 마음 졸이며 발표를 기다릴 때 시간은 느릿느릿 지나가더니, 어느덧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역시 시간의 흐름은 사람에게 있어서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합격 후 지인들은 내가 외교학과임에도 불구하고 회계사 공부를 하게 된 이유를 묻곤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재미있잖아요”라고 대답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공부해온 과정 등에 대한 얘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다행히 이번에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된 한편 이렇게 합격 수기까지 쓰게 된 것을 정말 영광으로 생각한다.

지원동기

나의 고등학생 때의 꿈은 외교관이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와서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한국과 외국을 오가는 생활이 나에게는 잘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긴 시간에 걸쳐 미래의 직업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지만 회계사 시험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3학년 2학기 때 취업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영 분야의 수업을 들어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 때 누구나 한 번 쯤은 듣고 졸업한다는 회계원리 수업을 들으면서, 누군가 회계원리와 중급회계를 동시에 들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말에 솔깃해서 중급회계 수업을 함께 수강하게 되었다.

중급회계 수업의 경우 생전 처음 보는 ‘건설형 공사 계약’ 등의 용어를 접하게 되어 당황스러웠지만 그 당시, 평소에 나쁘지 않은 수리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볼 때는 매우 무모했던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당시 학점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회계라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수확이었던 것 같다.
 
3학년을 마치고 시력 장애로 인해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게 된 후 처음 한  두 달 정도는 근무지에서 적응하는데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복학 후에는 4학년이 된다는 부담감이 마음 한 구석에 도사리고 있었고, 집 사정이 좋지 않게 되면서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회계 금융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꿈의 출발점으로 CPA 시험을 선택하게 되었다.
 
입문에서 1차시험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내가 왜 그렇게 심한 부담감을 느꼈는지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부담감은 당시에 적절한 자극제가 되었고 1년 미만의 공부기간에도 불구하고 1차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일단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현직 회계사나 수험생 중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시중의 공인회계사 시험 안내서와 회계 원리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다음 까페 ‘회계 동아리’를 통해서 정보를 얻으면서 전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2005년 복무 중 동차 합격이라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걸어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영하 10도 이하에서도 밖에서 근무하면서 고생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2004년 3월 중순 정도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복무지가 학교 근처에 있었던 관계로 퇴근 후에는 학교 도서관으로 달려가 공부를 하였다. 처음에는 무척 피곤해서 도서관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지만 차차 적응하게 되었고 공부시간을 늘여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공부시간은 부족하였고 당시 투지에 불타오르던 나는 수면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개인적으로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할 공부법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근무와 공부를 병행해야 했기에 2005년 3월 1일의 1차 시험까지는 슬럼프에 빠질 만한 겨를이 없었다. 다만 잠시 2주 정도 방황했던 5월,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서 약 한 달간 이유 모를 두통에 시달렸던 9월이 고비였던 것 같다. 다행히 고비를 잘 극복하고 자신감 있게 공부하면서 2005년 1차를 큰 무리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회계학- 개인적으로 깔끔한 요약서 보다는 논리적으로 서술되어 있는 수험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박호근 중급회계를 선택했다. 테입을 함께 들으며 되도록 모든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3,4월에 1회독할 때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5월부터는 원가관리회계를 강경태 저서로 시작하였다. 논리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생각했으며 따라서 여유있게 보면서 박호근 중급회계를 6월까지 함께 공부했다. (나중에 알겠지만 이 당시에 원가관리회계 과목을 만만하게 보았던 것은 동차 때 실패했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그 이후에는 다른 과목 때문에 10월까지 각각 1회독 정도 더 할 수 있었다. 고급회계는 8월달에 박호근 선생님의 교재로 테입을 들으면서 며칠간 집중적으로 1회독하였다. 이 때 미리 공부해 놓았던 것이 동차때의 고급회계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11월 부터는 김영덕 객관식 재무회계와 웅지객관식원가회계를 보면서 1차시험을 대비했고 마지막으로 강경보 선생님의 기업회계기준서특강을 들었다.
 
세법- 6월말 정도부터 이철재 세법강의를 테입과 함께 공부했다. 그 당시 1회독을 끝내고 나서 최태규 세무회계까지 1회독을 해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세법 공부 과정에서 저질렀던 가장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기본서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가중 중요하며 계산문제 풀이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2005년도 1월달에는 정재연 객관식 세법으로 테입을 들으며 대비를 하였다. 개정 세법의 내용 숙지와 함께 방대한 세법을 마무리 정리할 때 정재연 선생님의 강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공부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재무관리- 당시에는 1차시험 대비로 재무관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동차를 생각하고 있었으며 1차시험 과목당 문항수도 40문항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의경 재무관리를 오준석 선생님의 예전의 강의테입을 들으며 공부하였다. 당시 생소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인지 처음 공부하기에 가장 애를 먹었던 과목이었다. 그 후에 9월달에 복습을 하려고 했지만 이유없는 두통으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고, 1차 시험보기 전까지는 재무관리에 대한 이해의 정도는 상당히 낮았다고 판단된다.
 
경영학 상법 경제학- 9월 정도부터 암기과목을 조금씩 보다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먼저 정순진 선생님의 경영학 연습을 테입과 함께 공부했다. 워낙 범위가 방대한 과목이라 특별한 대안이 없었던 것 같다. 실제 시험에서도 경영학 과목에서 대량 과락 사태가 발생하였는데 나로써도 시험지의 양면에서 한 문제도 맞은 적이 없었던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채점할 때 다른 과목은 5문제씩 채점하다가 경영학에서 1문제 씩 조마조마하며 채점한 기억을 되돌아보면 웃음이 나온다.

상법은 김학묵 선생님 강의 테입과 함께 공부했다. 법 과목은 딱딱할 거라는 편견과는 달리 논리성과 체계성에 흥미를 느껴 생각보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경제학은 정병렬 선생님 강의 테입과 함께 공부했다. 예전에 학교에서 경제원론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 심화된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며 공부할 수 있었다. 고득점을 노렸는데 당시 출제 경향의 변화로 60점 정도 득점하는 데 그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2005년 2차시험까지- 아쉬운 동차 실패

1차시험 이후 가까스로 경영학 과락을 모면하면서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쩌면 동차 합격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었다. 별로 높지 않은 가능성일지 모르지만 후회없는 승부를 하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2차시험치고 하루 쉰 다음 즉시 계획을 세우고 준비에 들어갔다. 모자란 공부시간은 잠을 줄이면서 어느정도 보충하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동차시험 준비는 쉽지 않았다. 여전히 혼자 공부하면서 최선의 길을 모색하였지만 높은 난이도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상당히 고전했다.

6월말에 경험한 2차시험은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재무관리를 제외하고는 과목마다 20~30점 정도를 백지로 내면서 쉽지 않은 시험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2005년 9월은 나에게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합격에 대한 확신은 없으면서도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총점 1점차 불합격이었다.

복무 중 시험 결과 치고는 괜찮은 정도라고 가족들은 위로를 해주었고 내가 생각해도 최선을 다했지만 나로써는 정말 아쉬웠다. 1점차 불합격을 확인한 순간의 터질듯한 감정은 유예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재무회계- 강경보 선생님의 TOSS재무회계를 보다가 시험 2달 전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박호근 FINAL재무회계를 함께 공부했다.

그러나 절대 공부시간이 부족한 동차생의 경우 2권을 함께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약간 부족해도 1권을 계속 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고급회계는 이미 1회독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시 보았을 때 많은 내용이 이해가 되어 정말 기뻤다. 

원가회계- 임명호 선생님의 원가관리회계연습을 보았다. 이 과목은 논리를 중요시하는 과목이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50점 정도에 머물렀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 볼 때 과목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동차생들은 이를 명심하고 준비하시기 바란다.

회계감사- 2차시험이 끝난 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약 15일정도만에 테입으로 1회독 하고 나서 귀가 얼얼했지만 뿌듯했다. 기준과 기준적용준칙 암기는 틈틈이 했지만 전체적인 내용이해에 보다 중점을 두었으며 실전에서는 6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세법- 객관식 세법에서 정재연 선생님의 강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최태규 선생님 세무회계를 정재연 선생님 강의 테입으로 공부했다.

1차 이전에 법인세 계산문제는 거의 준비를 못했기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세법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실제 시험에서 전략으로 삼았던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부분의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크게 당황했다. 그 당시 시험이 끝나자마자 어느 분이 5년동안의 세법 문제 중에 최악이라고 단말마의 비명을 외치시는 것을 보면서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재무관리- 동차시험 때 78점이라는 가장 고득점을 받은 과목이었다. 1차 시험이 끝나고 재무관리 과목에 대해 많이 걱정했었지만 박정식 외 3인공저 현재 재무관리 연습책을 김종길 선생님 테입으로 공부하면서 그러한 고민을 날려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2006년 2차시험까지 - 합격에 이르기까지 

2005년 6월말의 2차시험이후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잠을 줄이면서 공부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특히 눈에 아토피가 와서 매주 안연고와 복용약을 사용하면서 약 2달간 병원에 다니게 되었다. 따라서 책은 어쩔 수 없이 거의 보지 못했으며 프렌즈 전 시즌을 모두 보면서 쉬게 되었다.

동차 불합격 이후 유예를 하겠다는 의지에 몸이 반응한 탓인지 추석이후 심각했던 눈의 상황이 몰라보게 호전되었다. 건강을 회복하여 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근무지의 일도 매우 익숙해져 편한 유예 생활을 할 수 있었다.

2006월 1월이후 병역을 마친 나는 1학기 휴학계를 내고 마지막 시험 준비에 힘을 쏟았다. 유예생 때에는 어떤 과목도 소홀함이 없도록 전 과목에 고른 시간을 배분하여 차근차근 공부하였으며, 거의 하루도 거름이 없이 꾸준히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여 시험을 치른 후 강사 분들이 만들어 주신 가답안을 보면서  합격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합격자 발표일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서도 실감이 나지 않아 담담한 마음이었다. 오히려 회계사가 일할 수 있는 방대한 분야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이제는 회계사로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니 실감이 났다. 

수험생활을 청산함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 것이다.
 
재무회계- 동차 때 재무회계를 공부하면서 교수님들이 쓰신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좀더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고급회계 부분에서 김문철 송인만 고급회계를 보기 시작했고 중급회계 또한 송인만 선생님의 책을 보았다. 이것은 같은 책만 반복해서 볼 때 생길 수 있는 매너리즘을 막아주었고 보다 다양한 이슈와 논리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동차생의 경우 기본서를 바꾸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존의 기본서에 싫증이 난 유예생 이상의 경우에는 한 권 정도 기본서를 더 보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이렇게 기본서로 기초를 닦은 후 2006년 2월부터 신현걸 재무회계 연습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웅지 재무회계 연습과 함께 무난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고   재무회계에서 작년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었다.
 
원가관리회계- 동차 때의 시험을 통해 논리적 문제 접근과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첫 번째 과정으로 이동욱 선생님 책을 선택하여 보았다. 그 문제의 방대한 양과 복잡한 접근법 등 때문에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2회독부터는 보다 수월하게 볼 수 었었다.

2006년 봄부터는 웅지 원가관리회계 연습을 함께 보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임명호 선생님의 책까지 추가하여 3권에서 뽑은 문제를 중심으로 문제 접근과 풀이에 대한 연습을 했다. 시험장에서는 생각보다 문제가 잘 풀렸고 거의 모든 문제를 풀 수가 있었다. 이번 시험의 최고 득점 과목이었다.
 
회계감사- 2005년의 동차시험 이후 사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12월동안 이효익 회계감사론을 1회독하였으나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후로 1월 말부터 이창우 회계감사를 권오상 선생님의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하였다. 실제 시험 결과는 보통이었지만 작년의 경험을 살려 무난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세법- 작년과 올해에 걸쳐서 세법은 시험장에서의 실제 난이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과목이었다. 비록 올해 시험에서 괜찮은 성적을 받았지만 세법에 투입한 시간을 생각해볼 때 효율성이 가장 낮은 과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예 생활 때는 동차 때 보아오던 최태규 선생님의 책 대신 강경태 선생님의 책으로 공부했고 강경태 선생님의 자상하신 강의가 세법을 체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방대한 양의 문제를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야 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최태규 종합문제집과 강경태 종합문제집으로 연습하면서 시간을 늘 염두에 두었고 실전에서 방대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재무관리- 이영우 재무관리연습문제집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상당한 난이도의 문제가 있어서 고전했지만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였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다. 동차 때 보던 3인공저 현대재무관리연습과 병행하면서 보다가 시험 2개월 전부터는 김종길 재무관리 연습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보았다. 시험 때는 무난하게 풀 수는 있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작년의 재무관리 점수보다 올해의 재무관리 점수가 조금 낮게 나왔다.

작년보다 올해가 재무관리 과목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이와 다르게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시험에서는 어느 정도의 운이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 방법에 대하여

누구나 자신만의 공부방법이 있지만 어떤 공부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내 공부 방법 중 몇 가지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말씀 드리고자 한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스터디를 만들어서 공부하지만 내 경우 공부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서 공부를 하였다. 막판 4~5개월 제외하고는 항상 복무와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혼자서 공부하는 것은 거의 피할 수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습관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공부하는 가운데서도 항상 스스로의 내면과 대화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할 수 있었다. 다만 유예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잠깐 생활 스터디를 하였는데 정말 좋은 분들이어서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회계사 시험 과목의 거의 대부분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스터디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 번 정도 스터디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음으로 나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원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절대시간이 부족했던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거의 모든 과목을 테입으로 들었으며 시험 전 마지막 몇 달 동안에는 테입으로 필요한 내용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선택했다. 테입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에도 지하철로 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졸릴 때 쉬어가면서 들을 수 있고, 진도를 마음대로 관리하며 들을 수 있었던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또한 처음 1회독을 제외하고는 항상 모든 과목을 고르게 공부하려고 노력하였다. 유예 때 모든 과목에 대해 하루에 3~4과목, 각 과목당 2.5~3시간 정도를 공부하며 충실히 공부한 결과 전과목이 70점 안팎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경우 문제를 풀기 전에 해답을 자주 본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배우는 내용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익숙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풀기 전 해답을 보았던 것은 내용의 대부분을 알고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된 행동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유예 생활을 할 때 항상 큰 종이 등으로 답을 가리거나, 필요한 경우 답을 가린 채로 다시 복사를 해서 원천적으로 답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서 스스로 문제를 푸도록 하였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씩 복사를 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감개무량하다.

시험장에서 주의점

시험장에서의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내 경우 동차시절에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루었던 기억은 유예 생활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그 기억을 떠올리며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시험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이번 채점 결과를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어려운 과목일수록 채점 기준이 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를 볼 때 수험생들은 문제가 어려웠다고 좌절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시험을 치루어야 할 것임을 명심하자.

다음으로 시험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해석의 모호함이다. 수험생들은 모호함에 대해 고민하고 미리부터 문제 해석 연습을 해 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다만 실제 시험장에서는 모호함 때문에 고민해서는 안 된다. 실전에서의 지나친 고민은 자칫 다른 문제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합당한 가정을 기재하고 과감하게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험장 소음이다. 나의 경우 옆의 분이 계산기를 너무 세게 치셔서 문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고민했었지만 다행히 귀마개를 활용하여 겨우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구나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맺음말- 당부와 감사의 말

CPA 시험은 단순한 계산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 수리적 감각, 신속성, 정확성, 분석력, 응용력, 논술력 등을 종합젹으로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은 늘 진지한 자세로 접근을 하셔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내 경우 1년 365일 중 355일 이상을 도서관에 나올 정도로 군복무 기간 동안 거의 놀지 않고 준비를 했던 것은 당시에는 고통스러웠지만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회계사 시험의 합격은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에서의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합격을 위해 정진하는 사람들은 언제가 그 기쁨을 누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아버지, 어머니 당신들께서 도와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언제든 마다않고 출력해서 가져다 준 동생 기홍, 공익 생활과 수험기간의 벗이 되어주신 흔들기의 제왕 맹형(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달리는 것 뿐이다!!)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명규형, 양림형. 유예기간동안 가끔씩 찾아와 격려해주던 성민이, 밥터디 좋은 친구들 동진형, 태훈, 성환형, 황연형, 같은 초소에서 정들었던 영준이, 윤호형, 힘들 때 함께 밥 먹으면서 미래를 논했던 친구 재훈이, 현정이, 일본에서 고생하고 있을 타쿠로, 군복무중인 성현이,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해 준 민의, 같이 합격한 성민이형(축하드려요) 이외 주변의 모든 분들게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