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으로 상장폐지까지"…외부압력 우려
외부 감사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규정들이 오히려 감사인들을 옭아매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감사인에게 기업의 '상장폐지'라는 칼자루를 쥐어준 것은 자칫 외부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과도한 규제 혹은 권한부여 등으로 인해 감사인들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인에 대한 규제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규정은 감사인 의무교체 조항.
현행 외감법에는 상장법인의 경우 동일 감사인이 연속하는 매 6개 사업연도를 초과해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회계법인은 동일한 이사로 하여금 연속 4개 사업연도에 대한 감사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감사인 의무교체 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계속된 감사로 인해 감사인과 고객회사, 감사 담당이사·감사보조자와 고객회사가 밀착돼 독립성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규언 고려대 교수는 "외감법에서 상장법인에 대해 감사인과 감사 참여자를 동시에 규정한 것은 외국 사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라며 "미국의 경우 공개법인 감사담당 이사에 대해 5개 사업연도 참여 후 교체하는 규정이 있으나 감사인·감사 참여자에 대한 교체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교수는 "감사인 및 감사참여자를 동시에 교체할 경우 감사의 효율성이 감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감사인 의무교체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인의 주주총회 강제출석 및 불출석 처벌규정도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감법에는 주주총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감사인은 주총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거나 주주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며,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총회에서 세부적인 회계처리까지 감사인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해 답변할 책임을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인에게 질문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회사의 회계처리에 대한 내용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는 회사나 내부감사가 답변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감사인에 대한 주주총회 강제출석 등의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도 "감사인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회원 입장에서 타당하다고 본다"며 "아직 구체적 개정협의는 없으나 개정되는 방향으로 채택되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법 개정에 대해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감사의견을 상장폐지요건에 포함시켜 놓은 것은 지나친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인의 감사 및 검토의견에 따라 해당회사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감사인의 독립성을 심각히 저해할 수 있다는 것.
회계사회 관계자는 "감사의견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감사인들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며 "(상장폐지는)상장심사위원회 등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정규언 교수도 이와 관련해 "감사의견에 의한 기업의 퇴출이 직접적 사유가 되기 때문에 감사인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실력행사나 소송위협 등을 포함한 부당한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상장폐지여부는 거래소의 별도 심의절차를 거쳐서 결정되는 것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