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세청,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 출신 인사들은 가장 인기 있는 사외이사 후보군. 이들(그 중에서도 국세청 출신)은 현직에서 쌓은 경력에 전·현직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맥(人脈)'을 배경으로 갖고 있어 사외이사 후보군 중 '우량주'로 꼽히고 있다.
14일 <조세일보>가 11월 현재 주요 상장기업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개별 기업체 사외이사 명함을 들고 활동하고 있는 전직 국세청 출신들은 총 4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개업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거나 대형 로펌 고문 등으로 활동하면서 '덤으로(?)' 기업체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여러 기업체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위직인 1급(국세청 차장, 서울·중부지방국세청) 출신이 7명, 2·3급 국장(각 지방청장 포함) 출신이 10여명에 달하는 등 경력들도 '화려'하다.
그러나 이들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닌게 사실. 게다가 기업 사외이사가 '거수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많은 가운데 이들의 존재이유에 대한 근본적 궁금증도 씻기지 않고 있다.
'(대정부)로비스트'라는 논란을 항상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이유도 좀처럼 적(籍)을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의 '불투명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 막강 인맥(人脈)-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들=최근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299개사(社)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6년 상장사 사외이사 현황에 따르면 상장사 사외이사는 2450명(9월1일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할 때 국세청 출신은 그다지 많다고 볼 수는 없다(43명). 그러나 단순한 숫자개념은 무의미 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 '매물(퇴직자)'이 상당히 적게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 출신' 좀 더 나아가 '지방청장 출신, 세무서장 출신'이 가진 장점은 소수(小數)의 단점(?)을 단번에 희석시켜준다. 이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전·현직 공직자들 연결하는 광범위한 '인적네트워크'.
특히 공직사회의 특성인 '전관예우 전통(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 공직사회의 변이다)'은 이들의 값어치를 높여주는 동시에 '로비스트' 의혹을 사게끔 하는 요소다.
물론 이들의 실질적인 역할에 대한 검증은 아직 덜 된 것이 사실이다. 즉, 이들이 현직에서 쌓은 세무경험을 토대로 기업경영에 귀중한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직에서 쌓은 직위와 인맥을 바탕으로 '또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자리를 '챙겨 준' 기업을 위해 음양(陰陽)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들 어디에 포진되어 있나=조세일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직 국세청 1급 출신(차장, 서울·중부지방국세청장)들 중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7명으로 확인됐다.
전형수 전 서울청장(현 김&장 법률사무소 근무)이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박경상 전 국세청 차장도 신라교역 사외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박석환 전 중부청장은 신세계와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김종창 전 서울청장은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황수웅 전 국세청 차장도 삼호F&G와 삼성생명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황재성 전 서울청장도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1대 국세청장을 지낸 이건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GS홀딩스 사외이사로 등재, 유일하게 국세청장 출신 사외이사로 기록되고있다. 지방청장 출신 사외이사들도 꽤 있다. 김종상 전 부산청장과 송순 전 부산청장은 각각 대한항공 대양금속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영우 전 대전청장은 한진해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서상주 대구청장은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조원제 전 대전청장은 LS산전, 최병윤 전 대구청장은 삼성SDI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국장급 출신, 세무서장 출신도 '수두룩'=국장급 출신으로는 황규종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이 현대시멘트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상렬 전 서울청 조사4국장은 대한화재해상보험 사외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박병일 전 서울청 조사2국장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정밀화학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이재광 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법무법인 율촌 고문)도 현대중공업, 한솔제지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유시옥 전 중부청 직세국장은 유성기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최병철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LIG화재해상보험 사외이사다. 그는 전형수 전 서울청장과 함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세무서장 출신으로는 김갑용 전 용산세무서장이 LG카드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박인주 전 인천세무서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임정만 전 반포세무서장과 이종엽 전 성동세무서장도 각각 동성제약, 다함이텍 사외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황옥규 전 서대문세무서장은 광주신세계, 이상위 전 거창세무서장은 삼환까뮤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세청 근무 경험을 가진 문갑철(로케트 전기), 김종경(일정실업), 김학주(한신공영), 김활(대호에이엘), 김영생(써니전자), 송영만(BYC), 한대규(동양메이저)씨 등도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실무형'인가 '간판형'인가‥해묵은 로비스트 논란=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현재로써는 '논란'만 있을 뿐 '실체'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그들을 둘러싼 '로비스트' 역할론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하나의 논란 수준에 불과한 것이 사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은 결코 끊길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국세청 출신들의 면면을 두고 '실무형'에 가까운 사외이사인지 '간판형'(로비스트 형태의 사외이사)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전직 공직자들의 움직임이 국정감사 등에서 좋은 '메뉴'로 활용될 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조세관련 공무원들은 대형로펌에 재취업, 재직 중 담당직무와 관련된 사안에 관여하거나 대기업 고문, 사외이사 등으로서 사실상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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